회원로그인
세일럼스 랏 salem's lot
Stephen King, 1975





계절은 어떤 때는 단 하루 만에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뉴잉글랜드 지방에서는 봄이 가장 좋은 계절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러기에는 너무 짧고 불확실하며 순식간에 거친 날씨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는 해도 4월의 며칠 동안은, 아내의 부드러운 감촉이나 엄마의 젖꼭지를 물던 아기의 잇몸 감촉을 잊은 지 한참 지난 사람의 기억에도 남게 마련이다. 그러다 5월 중순이 되면 아침 안개 사이로 태양이 당당하면서도 힘차게 떠오르고, 아침 7시에 도시락을 들고 현관 앞에 서면 8시쯤에는 이슬이 말라버리고 시골 길의 흙먼지는 차가 지난 다음 5분이 지나도 그때까지 가라앉지 않으리라는 것을, 또한 오후 1시가 되면 제분소 3층의 온도가 35도까지 올라가서 땀방울이 기름처럼 팔뚝을 타고 흘러내려 셔츠 등판이 점점 더 넓게 달라붙을 것임을, 그래서 결국 7월이나 다름없는 날씨가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9월 중순이 지난 어느 날 변덕스러운 여름을 걷어차고 가을이 오면,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옛 친구처럼 한동안 곁에 머문다. 그런 가을은 흡사, 당신이 아끼는 의자에 앉아 파이프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오후 나절 지난번 본 이후 자신이 갔던 곳과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옛 친구와도 같다.
가을은 10월 내내, 그리고 드물게는 11월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하늘은 나날이 맑고 짙푸른 빛을 띠며, 언제나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구름은 잿빛 용골을 단 고요한 흰 배와도 같다. 한 번 불기 시작한 바람은 멎는 법이 없어서 발걸음을 재촉케 하고, 미친듯이 표류하는 색색 가지의 낙엽들을 버석거리게 만든다. 바람은 뼛속보다 더 깊은 곳 어딘가를 아프게 한다. 어쩌면 인간 영혼의 오래된 어느 한 부분, 인류의 기억 속에 들어 있는 어느 한 부분을 건드리며 '이주해라, 그러지 않으면 죽는다, 이주해라, 아니면 죽는다.' 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심지어는 집에서조차 단단한 벽 뒤쪽에서 바람은 나무와 유리를 두드리며 형체 없는 입술로 처마를 훑어, 당신으로 하여금 하던 일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보게 만들 것이다. 그리하여 당신은 이른 오후 현관 앞 층계나 앞뜰에 서서, 그리펜 목장의 초원을 빠르게 지나 스쿨야드 힐로 올라가는 구름의 그림자를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그 그림자는 신의 덧창들이 열렸다 닫히기라도 하듯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한다. 당신의 눈에, 뉴잉글랜드의 모든 꽃 가운데 가장 집요하고 파괴적이며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미역취들이 말없는 군중처럼 바람결에 불려 다니는 광경도 보일 것이다. 만약 지나는 자동차나 비행기가 없다면, 그리고 존 삼촌이 마을 서쪽 삼림지에서 메추라기나 꿩 사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래서 들리는 소리가 오직 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 뿐이라면, 또 다른 소리가 들릴 것이다. 그것은 바로 순환의 막바지를 향하는, 겨울의 첫 눈이 마지막 의식을 치를 때를 기다리는 생명의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