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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것이 밝혀졌다 everything is illuminated
Jonathan Safran Foer, 2002





바로 그 순간, 1941년 6월 18일 밤 9시 28분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아디시트 일족은 담배를 뒤쪽으로 돌리고, 멀리서 탐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묵하게 모은 양손으로 입을 가려 불붙은 끝을 가렸다.
집시들은 자기들 마을에 쳤던 천막을 걷고, 초가집을 헐고, 인간 이끼처럼 땅바닥에 찰싹 붙어서 지붕도 없이 살았다.
트라킴브로드는 기이한 무력감에 빠져 맥을 못 추었다. 한때는 본래 색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온갖 것을 다 헤집고 다니던 주민들이 이제는 멀거니 손 놓고 지냈다. 움직이는 대신 생각만 했다. 기억. 무엇을 보든 모든 이가 뭔가를 떠올렸다. 꺼져 가는 성냥 냄새에 어릴 적 생일을 기억해 내고, 손바닥의 땀에서 첫 키스의 느낌을 떠올리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매혹적인 듯했으나, 곧 활기를 앗아갔다. 기억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마을 사람들은 기억을 기억하기 위해 기억을 이용하려고 흰 끈을 기억의 순서대로 몸에 친친 감고 시작이나 끝을 기억하려 헛되이 발버둥쳤던, 숱하게 들어왔던 미친 소피오카의 전설 그 자체가 되어 가고 있었다.
남자들은 자기들의 기억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순서도(그 자체가 가계도의 기억들인)를 작성했다. 그들은 미궁을 빠져 나오는 테세우스처럼 선을 따라 되돌아 나오려 했으나, 더 깊이, 더 멀리 들어가게 될 뿐이었다.
여자들은 상황이 더 나빴다. 그들은 따끔따끔 쑤셔오는 기억을 회당이나 일터에서 서로 나눌 수도 없었으므로, 세탁물 더미나 빵 굽는 철판위에서 괴로워하는 수밖에 없었다. 시작을 찾으려는 노력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으깬 나무딸기가 증기로 인한 화상과 무슨 관계가 있는건지, 왜 브로드 강에서 노는 아이들 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기억이 시간을 메워 줄 줄 알았지만 그것은 도리어 시간을 메워야 할 구멍으로 바꿔 놓았다. 매 순간이 걷거나 기어가야 할 200미터의 거리였다. 한 시간 뒤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보이지 않았다. 내일은 지평선 너머에 있고, 도달하려면 하루가 꼬박 걸렸다.
그러나 아이들이야말로 최악의 상태에 있었다. 아이들을 괴롭히는 기억이 더 적을 것 같지만, 기억의 근질거림만은 슈테틀의 노인들 못지 않게 강렬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끈은 자기들 것만이 아니라, 부모와 조부모들이 감아놓은 것이었다. 어느 것에도 매여있지 않고, 어둠 속에서부터 나와 느슨하게 걸쳐 있는 끈.
적극적으로 망각하는 자가 되기 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무력하게 기억하는 자가 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