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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스튜어트
12-22 Monday, 2003

오기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작년에도 그러하였고, 올해에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는 찾아왔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신일을 축하하는 의미로서 휴식을 취하는 날은 이제, 특정 종교의 신자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 인들의 날이 되었다.
혹자는 토착종교도 아닌 남의 나라 종교인 기독교의 기념일을, 왜 국가공식 휴일로 제정하였냐는 볼멘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리지만, 예수 라는 특정한 종파의 '종교 지도자'를 기리는 것이 아닌, 그가 만인을 위해 '복음(福音. 말 그대로 '복된 소리')'을 전파하였던 자애로운 관용과 사랑의 의미를 보편적으로 되새기는 날로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게 더욱 합당할 듯 하다.
나 같은 경우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크리스마스에 특별한 체험을 겪은 적이 전무하다. 연인과의 격정적이며 달콤한 밤을 보내는 일은 나에게는 먼나라 이웃나라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나에게도 크리스마스 에만은 굳이 의미를 부여하여 행하는 일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집에 소장하고 있던 비디오 더미들을 뒤적여 영화 <스모크>를 꺼내 보는 것이다(이 부분에서 아마 대다수의 분들은 싱겁다는 의미의 콧방귀를 내뿜으로 글 읽기를 중단하시리라).
<스모크>는 주요 등장인물인 '오기 렌' 의 담배가게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야기들인데, 삶의 애환과 희비, 그리고 그것들을 삶의 힘으로 극복하는 평범함 일상속의 매몰된 우리의 가치를 소리 없이 빛내주고 있는 영화이기에, 내가 매우 사랑하는 영화 목록에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 생전 접해 보지도 못한 체스터필드 담배가 그토록 피우고 싶어진다. 그럴때면 그저 '상상 흡연'으로 만족한다. 개인적으로 연인이 흡연을 한다고 하면, 그 자생적 의지가 확고하다면 적극 권장할 것이다. )
얼마전에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폴 오스터의 원작을 구하여 읽었는데, 책 제목이 [오기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열린책들)이다. 영화로 보면서 미처 놓치었던 것들을 활자로 읽어 내려가며 영화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작품의 감흥은 더욱 생생히 나의 가슴속에 돋을새김 함을 느낄수 있었다.
연인과의 부드러운 입술의 촉감도 좋지만, 매캐한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며 세상속에 부대끼며 쌓인 근심을 허공에 고즈넉히 내뿜는 직후의 입술의 촉감을 사랑할줄 아는 이를 만나고 싶은 것이(남녀불문), 여전한 나의 바램이라면 바램이다. -간접흡연으로 인한 건강의 폐해 이런 것들은 잠시 저만치 집어 치우자-.
이러한 바램은 그저 '바램'으로 남은채, 내년 크리스마스에도 이어지려나.

아이쿠! 그러고보니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야근을 하는군. 아이쿠頭야.

		[12-23 Tuesday, 2003] 보려고 벼르(기만 하)던 영화였는데. 이번 크리스마스엔, 스모크를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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