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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스튜어트 
12-08 Monday, 2003
첫눈' 에 대한 단상
2003년 12월 8일(물론 북방 지역에는 비공식적으로 싸락눈의 형태로 이미 접하였겠지만), 정확히는 그보다는 일찍인 새벽녂에, '눈(雪)'이 내렸다.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 안산시의 첫 '눈'이다.(기실 딴죽을 걸어보면, 첫눈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듯 하다. 2003년 1월, 2월에도 눈은 지상으로 하강하였기 때문에, 2003년의 겨울이 도래한 이래로 내리는 '첫 눈' 이라는 표현이 더욱 들어 맞을듯 하다) 창 밖 너머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웃음과 감탄조의 비명소리가 선연히 들린다.

나는 이제 눈이 내리는 기상현상을 감상적으로 팔짱을 끼며 관조할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그 이유는 올해 여름, 군대를 전역하였기 때문이다. 군대에 적을 두고 있을때에는 눈이 오게 되면, 기쁨과 설레임의 감정보다는 '이 눈을 쓸어내야 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괴로움에의 걱정으로 탄식섞인 한숨이 내무실의 이곳 저곳에서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곤 하였다. 사람이란 간사한 종족. 군인의 신분일때에, 연병장에 켭켭이 쌓인 눈을 쓸어 내리며 사회에 몸을 두고 있는 이들이 한껏 센티멘탈한 정서를 마음속에 다듬으며 품고 있을때, 우리는 밀린 빨래가 마르지 않을 것임에 대한 우려와 개인자유시간이 눈을 쓸어내는 행위로 인해 자연스레 멸(滅)하였음에 대해 하늘을 향해 욕지기를 터트리며 소모적인 분개를 뿜어 대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그러한 옛일을 회상하며 과거의 그러하였던 나자신을 스스로 패러디의 대상으로 화(化)하게 한다.

이제는 이러한 분노의 감정을 접고, 센티멘탈한 감수성을 다시금 펼칠 때가 되었다. 인간이 왜 인간일 것인가. 특정한 사건이나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여 특별한 무엇인가로 평범한 일상의 위로 돌출케 하는 '감수성'이 있기 떄문이지 않은가. (이러한 논리로 따지면 군인은 인간이라기 보다는 '본능'이 주(周)로 지배하는 '동물성 야인' 이라는 것일텐데, 내 자신이 경험을 하였기에 그리 확대 해석의 오류는 아닌듯 하다)
이럴때에는 시덥지 않은, 유치한 주제로 어리숙한 문장을 꾹꾹 눌러 자작시를 공책을 펼쳐 적어내리거나, 이러한 때를 위해 1년여를 먼지와 무관심의 냉대 속에서 인내하며 꿋꿋히 주인의 손길을 기다려온 '캐롤송 '을 꺼내 들어 보는것이, 우리의 감수성을 마르지 않게 하는 방편중의 하나 일 것이리라. 인간은 간사한 종족이다. 그러나 이 간사함에는 죄책감과 원죄의식은 필요 없다.

나의 감수성의 정언명령은 얼마전에 서점에 구입한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판' [설국(雪國)](가와바타 야스나리)를 책장에서 꺼내들게 하였다. 새로운 번역판으로 읽는 '설국'. 언어의 눈길(雪路)을 걷는 문학여정이 내심 기대되는 바이다.


註. 조금 더 활동파, 기분파라면 시간과 공간이 허락하는 한도내에서 직접 눈사람을 만들어 보거나, 마음 맞는 지우(知友)를 불러내어 눈싸움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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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 Monday, 2003]
첫 눈 오는 날, 아홉시.
어디어디어디서 만나기로 해요,
라는 근사한 약속이라도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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