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이 꼭 그런 모습일 것이다. 황량한 은회색의 벌판, 낮게 드리운 천막같이 내려앉은 구름, 사방을 에워싼 흐니색 바다. 롤 플레잉 게임의 스토리같은 신화의 무대인 곳. 곳곳에 숨겨진 으슥한 바위 동굴과 좁다랗고 긴 협곡을 상상하면 잉태하지 못하는 자궁 속으로 돌아가는 착각이 든다. 빙하가 만들어낸 섬,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수도가 레이캬비크라는 것밖에 없지만 그 이미지는 한번도 머릿속에서 떠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아이슬란드에는 비욕이 있다. 카리스마에 관한 한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비욕은 아이슬란드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준다. (비욕이 아니었다면, 아이슬란드에서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의 이름 더하기 아이의 성별로 아이의 성을 만들어낸다는 따위의 일을 무슨 수로 알았겠는가. 어쨌든 그 공식 때문에 비욕의 성은 Gudmundsdottir, 즉 'Gudmunds'라는 이름의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딸'dottir'가 되었다.) 또 그녀로 인해 세계의 끝은 가장 전위적인 미래가 된다. 내게 비욕의 노래를 전파해준 사람은 '가장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가'라고 그녀를 소개했었다. 나는 아직 그보다 더 적절히 뷰욕을 설명하는 말을 알지 못한다. 열성팬 없는 아티스트가 어디 있으랴만, 유독 비욕에겐 목숨까지 바치겠노라는 골수팬들이 많다. '목숨까지 바치겠다'는 말은 그저 그런 수사가 아니다. 96년 미국 마이애미에 사는 한 남자는 비욕이 트리키와 사귄다는 사실에 너무 낙담한 나머지 자살을 택했다. (이 트리키란 당신이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 바로 그 '트리키'다. 트리키는 뷰욕의 2집 POST를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그는 정성스레 수제 폭탄을 만들어 속을 파낸 두꺼운 책 속에 넣고는 뷰욕의 집으로 배달시켰다. 그리고 피스톨로 자기 머리를 날렸다. 아, 물론 비욕의 집으로 부쳐진 그 폭탄은 경찰이 중간에서 찾아내 거둬갔다. 그렇지 않았다면 존 레논이나 셀레나같은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
생각해보면 비욕이 사람을 '죽일 뻔한'적도 있었다. 비욕은 19살이라는 경이로운 나이에 아들 신들리를 낳았는데, 바로 그 임신기간에 생긴 일이었다. 산달이 다가와 나올대로 나온 불룩한 배를 드러낸 채 아이슬란드의 TV방송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지극히 그녀다운 이 돌발행동을 TV로 보던 나이 지긋한 한 여성이 어찌나 경악했던지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이다. 죽다가 살아난 그 여성은 나중에 비욕을 고소하기까지 했다. 비욕은 이때 '임신이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일인데 그걸 보고 심장마비를 일으키다니, 당신이 이상한거 아냐'라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비욕의 이름을 달고 전해지는 전설이나 신화라면 이런 종류의 것이 아닐까. 각설하고, 비욕의 가사로 들어가자. 민속음악인지 테크노인지 당최 듣는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그녀의 노래도 매력적이지만 그 가사들의 날이 선 투명함 혹은 반짝거림은 노래 이상이다. 태생부터 시인이었던 비욕은 실제로 시집(비슷한 무언가)를 낸 적도 있다. 사랑을 얘기할 때 비욕은 한없이 따스하고 포근한 화법이었다가도 금새 신경질적이고 초조한 내색을 비친다. '당신의 한마디 만이 나를 기쁘게 할 수 있다니 뭐 이런 게 다 있지'라고 하다가도 '내 안의 결락된 부분을 그가 채워주리라 믿었다니 난 얼마나 게을렀던지'라고 읊조린다. <Hyper-Ballad>는 어떤가. 가사가 나쁘다는 이유로 국내 라이센스 앨범에서 누락됐던 이 노래는 사랑노래인가 아닌가? 비욕 가사의 제일 가는 아름다움은 <The Anchor Song>같은 짧은 시들 속에 있다. 간결하고, 절제되어 있다. 모음을 내키는대로 줄였다 늘였다 발음하는 그녀의 소리에 가사가 실리면 제사장의 주문같은 호력을 발휘한다. 그 주문에 사로잡히기는 쉬울지 몰라도 빠져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글, 번역·김명남 |
| Hyper-Ballad (from POST) We live on a mountain Right at the top There's a beautiful view From the top of the mountain Every morning I walk towards the edge And throw little things off Like car-parts, bottles and cutlery Or whatever I find lying around It's become a habit A way to start the day I go through all this Before you wake up So I can feel happier To be safe again with you It's real early morning No-one is awake I'm back at my cliff Still throwing things off I listen to the sounds they make On their way down I follow with my eyes 'til they crash Imagine what my body would sound like Slamming against those rocks When it lands Will my eyes Be closed or open? 우리는 산 정상에서 살지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보면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워 난 매일 아침 절벽 가장자리로 가서 잡동사니들을 던져버리지 자동차 부속품, 병, 수저같은 것들, 아니면 주위에 널부러져 있는 무언가라도 말야 이제는 그게 버릇이 되었어 하루를 시작하는 버릇 말이야 나는 이 일을 네가 깨기 전에 해치워 버리지 이곳에 너와 함께 무사히 있다는 사실에 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야 정말로 이른 아침이야 잠자리에서 일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어 나는 또 절벽에 와 있어 여전히 이것저것 집어던지고 있지 물건들이 떨어지면서 내는 소리를 나는 유심히 듣고 있어 깨어지는 모습까지도 끝까지 지켜보지 그리고 상상을 해 내 몸이 떨어져서 저 바위에 부딪치면 어떤 소리가 날까 하고 말야 |
그때 내 눈은 감겨 있을까 떠져 있을까? Play Dead (from DEBUT) darling stop confusing me with your wishful thinking hopeful enbraces don't you understand? I have to go through this I belong to here where no-one cares and no-one loves no light, no air to live in a place called hate the city of fear I play dead it stops the hurting I play dead and hurting stops it's sometimes just like sleeping curling up inside my private tortures i nestle into pain hug suffering caress every ache I play dead it stops the hurting  제발 날 혼란스럽게 만들지 말아요 희망을 주는 듯한 생각도 무언가 기대하게 만드는 그 포옹도 하지 말아요 정말 모르나요? 이 모든 걸 견뎌내야 하는 건 나라구요 내가 발붙이고 있는 이곳에는 애정을 쏟는 사람도 사랑을 하는 사람도 없어요 주위엔 빛도 없고 숨쉴 공기도 없어요 사람들은 이곳을 증오라고 부르죠 두려움의 도시라고 말이죠 난 죽은척을 해요 아픔을 덜어주죠 난 그저 죽은척을 해요 그러면 아픔이 멎어요 어떨 땐 그냥 잠자는 것처럼 느껴져요 나만의 고뇌에 침잠한 채로 고통 속에 파묻히죠 괴로움을 보듬어 안고 모든 상처를 쓰다듬죠 죽은척을 해요 그러면 아픔이 멎어요 Enjoy (from POST) I wish: I want to stay here I wish: This be enough |
I wish: I only love you I wish: Simplicity Look at the speed out there It magnetizes me to it And I have no fear I'm only into this to enjoy I wish I'd only look And didn't have to touch I wish I'd only smell this And didn't have to taste How can I ignore? This is sex without touching I'm going to explore I'm only into this to enjoy 나의 바램 : 이곳에 머무르고 싶어 나의 바램 : 이것으로 만족하고 싶어 나의 바램 : 너만을 사랑하고 싶어 나의 바램 : 단순한 것들 바깥 세상의 저 속도를 보라구 나는 자석처럼 그 속도에 이끌려가 두려움은 전혀 없어 내가 이걸 택한건 오로지 즐기기 위해서니까 내다보기만 할 뿐 만질 필요는 없었으면 좋겠어 향기만 맡을 뿐 맛까지 볼 필요는 없었으면 좋겠어 어떻게 무시하고 지낼 수 있겠어? 애무없는 섹스인걸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야 내가 이걸 택한건 오로지 즐기기 위해서야 Pluto (from POST) Excuse me But I just have to Explode Explode this body Off me I'll be brand new Brand new tomorrow A little bit tired But brand new 죄송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폭발해야겠는걸요 이 몸을 폭발시켜 내게서 떨어뜨려야겠어요 |
난 완전히 새로워질걸요 내일이면 정말 달라질거예요 조금 피곤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완전히 새로워질걸요 Immature (from POST) How could I be so immature ? To think he could replace, The missing elements in me, How extremely lazy of me 어쩌면 난 그토록 성숙하지 못했을까? 내 안의 결락된 부분을 그가 대신 채워줄 거라고 믿었다니 정말이지 난 얼마나 지독하게 게을렀던지 몰라 the anchor song (from DEBUT) I live by the ocean And during the night I dive into it Down to the bottom Underneath all currents And drop my anchor This is where I´m staying This is my home 내가 사는 곳은 바닷가 밤이 내리면 바다로 뛰어들어 파도도 치지않는 그 바닥에 가닿는다 그곳에 닻을 내린다 내가 머물 곳은 바로 여기 이곳이 나의 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