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그때 해적판을 사서 밤새도록 들었습니다.
우드스탁은 지금도 신화화된 행사인데 간접적이나마 몸소 체험했던 사람으로 어떤 느낌이었나요?
약올랐죠. '왜 우리는 저렇게 안 될까'등이죠.
우드스탁은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71년도 경부터 국내에 그런 류의 음악 감상실이 생겨났습니다. 레오너드 코엔, 엘튼 존, 우드스탁같은 음반들이 들려졌습니다. 또 73년경 청평에서 우드스탁과 비슷한 행사를 했었습니다. 록, 포크계열의 음악인들이 모였었고 그 때 타이틀 송이 신중현 선생님의 <아름다운 강산>이었습니다.
흔히 지금 말하는 60년대 말 구미 대중음악의 상징 3J-짐 모리슨, 재니스 조플린, 지미 헨드릭스의 음악을 당시에 들었나요?
지미 헨드릭스는 안 좋아했지만 짐 모리슨의 도어스는 환상이었어요. 블루스가 파워있게 발전한 게 록이라면 도어스는 퓨전쪽으로 간 경우죠. 계속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서 코드는 메이저인데 멜로디는 블루스 스케일로 나갔죠.
히피즘은 당시에 어떻게 인식되었나요? 특히 60년대 히피들이 갖고 있었던 '음악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는 소박한 소망에 대한 견해는? 혹시 젊은 시절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나요?
해 본적이 있죠. 첫 음반에서 시도했었는데 잘 안됐어요. 그 다음부터 하지 말라는 것은 안 하고 더 넓게 다른 세상을 봤습니다. 해바라기의 음악을 할 때는 자연에 대한 쪽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래서 몇 년 동안은 서정적인 노래들을 만들었습니다.
해바라기와 풍선들은 언제 결성된 건가요?
해바라기의 활동은 74년 경부터 시작되고 음반은 77년경에 나왔습니다. 해바라기 활동을 그만둘 때 엄인호씨는 부산에서 디제이를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를 살살 꼬드겨서 서울로 올라오게 만들었죠. 끌고 올라왔으니까 책임을 져야했고 그렇기 때문에 이광조씨와 둘이서 듀엣을 만들어줬죠. 녹음 과정에서 제가 끼어들어 트리오가 되었습니다.

"음악하다가 어느 정도 유명해 지려고
하면 제가 도망가요."

70년대 초반에 같이 활동했던 한대수, 김민기, 양희은 등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요?
그들은 선구자들이에요.
이정선씨도 포함됩니까?
저는 아니죠. 항상 아웃사이더였으니까요.
그 중에서도 아웃사이더였습니까?
성격 탓이죠. 제 경우는 음악하다가 어느 정도 유명해지려고 하면 제가 도망가요. 어느 정도까지 선을 그어놓죠. 누가 모여서 음악하면 지

"갈 수록 더 거칠게 칠 겁니다."

7집 30대는 이정선씨 음악의 정점이라고 여겨지는데?
어떤 정리는 되었을 겁니다. 그때쯤이면 기타도 조금 실력이 늘었구요. 7집에서부터는 음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일부러 음정을 조금씩 안 맞게 부르곤 했습니다.
<울지 않는 소녀>, <바닷가에 선들>과 같은 일렉트릭 블루스 록 스타일은 84년에 김현식씨가 2집에서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를 부른 이후에 가장 잘 된 음악으로 여겨지는데 이 곡에서 연주한 최이철씨와 이정선씨를 비교한다면?
그 사람은 저보다 기타를 잘 치죠. 여러가지 기타를 다 치니까. 저는 테크닉적으로 잘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내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하고 다르게 치려고 하죠. 최이철씨처럼 빨리 치진 못하죠. 적게 치려고 하죠.
<우연히>같은 곡에서 들려주는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로 유지연씨와 함께 당시에 가장 뛰어난 어쿠스틱 기타 연주인으로 평가받았는데요.
유지연씨는 예쁘게 치고 저는 점 거칠게 치죠. 갈수록 더 거칠게 칠 겁니다.
거칠게 치고 있다는게 이해가 안 가는데요.
저는 거칠게 쳤다고 생각하는데 녹음하고 들어 보니까 다르더라구요. 더 거칠게 쳐야되는 거죠. 악기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소리를 내도록 해야죠. 여태까지 마틴 통기타를 썼는데 깁슨 계열로 바꿔야 겠어요. 마틴 통기타는 어떻게 쳐도 예쁘게 들리거든요.
좋아하는 기타 연주인은?
고등학교 때부터 신중현씨를 좋아했습니다. 애드 포 곡을 카피했었구요. 에릭 클랩튼은 듣고 있으면 말랑말랑하고 옛날 블루스 기타리스트는 다 좋아해요. 그리고 쳇 엣킨스를 좋아합니다. 한 두 곡을 심심해서 따 보았는데 그런 톤이 안 나와요. 말 할때 어떤 대목을 슬프게 하고 어떤 대목은 신나게 하듯이 통기타만을 가지고 톤에 변화를 주더라구요. '나도 저렇게 될 때까지 연습을 더 해야겠구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박청귀, 이병우, 이근형 그리고 최근의 김세황에 대한 평가는?
그 중에 박청귀씨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 사람은 록의 본류를 알아요. 테크닉이 발전할 수록 알맹이는 흐려지는 게 아닌가 해요. 그런데 박청귀씨는 알맹이가 있거든요.

"김현식씨 주위에 사람들이 많아서 끼어들고
싶지 않았어요. 전 아웃사이더잖아요."

신촌 블루스 활동은 언제부터였나요?
해바라기 때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바라기 음반 내기전에 3년동안 매주 토요일 명동에서 30원을 받고 공연했습니다. 그 때부터 조금씩 알려져서 각자 독립을 하기도 했는데, 10년쯤 지나니까 뭔가 허전한 게 있었어요. 프로가 되어도 안 채워지는 그 무언가가. 옛날 같은 열정이 없는거예요. 어느 땐가 모여서 얘기를 하면서 다시 한번 하자고 했어요. 그래서 신촌의 레드제플린이란 곳에서 아무 이름도 없이 일주일에 한번씩 블루스 콘서트를 했어요. 그러다가 85년에 동숭동에서 라이브를 할 기회가 있었고 그때 부랴부랴 '신촌블루스'라고 이름을 정했습니다.
저도 당시 그 공연을 본 기억이 납니다. 김현식 씨와 백밴드였던 봄여름가을겨울도 같이 나왔죠. 그러면 신촌블루스의 음악적 색깔은 어떻게 정했나요?
근 10년만에 다시 모이니까 각기 음악적색채가 달라져 있더라구요. 그래서 음악적인 색깔을 통일하고자 블루스만을 하기로 했습니다.
신촌블루스는 국내에 블루스란 장르를 처음으로 대중화시킨 그
룹이었는데, 일각에서는 '신촌블루스 음악은 블루스가 아니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흑인이라면 흑인 블루스가 있겠죠. 저희는 한국사람이니까 한국적인 블루스를 해야죠. 블루스는 뽕짝하고도 통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