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 | 서브 9810 Marilyn Manson 마릴린 맨슨

Mechanical..Animals

마릴린 맨슨은 미국 사회의 섹스와 폭력에 대한 기이한 스타덤(섹스 심볼들과 연쇄살인범을 동시에 양산해내는)을 역이용하여 미국사회의 초상을 다시 그려내는 90년대의 아이콘이다. 데스 메틀의 영향력이 미국 내의 다른 어떤 지역보다 강한 플로릴다(바로 모비드 앤젤, 디어사이드, 오비추어리의 고장이다)로부터 온 마릴린 맨슨은 음악적 연원을 앨리스 쿠퍼와 키스, 블랙 사바스, 그리고 동시에 데이빗 보위에 두어 비주얼적인 면에서 쇼크 록커들과 글램 록커들을 재현했고, 트렌트 레즈너와의 우호적인 만남을 통해 인더스트리얼의 세계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제 전작 Antichrist Superstar의 대장정으로 한 국면을 마무리지은 이들은 보다 게리 뉴먼과 지기 스타더스트에 가까운 음악으로 돌아왔다. 마릴린 맨슨의 새 앨범 Mechanical Animals는 Antichrist Superstar나 <Sweet Dreams(Are Made Of This)>의 팬들을 위한 미스터 맨슨 (Mr. Manson/밴드명 마릴린

맨슨과 구별하기 위해 프론트맨인 그가 즐겨 서명하는 이름이다)의 스크리밍과 나인 인치 네일스적인 기타 플레이가 존재하지만 더욱 강화된 것은 샘플링과 프로그래밍에 의한 효과들이며 보다 일렉트로닉 팝에 다가가는 음악적 선회이다. 게다가 여기에는 가스펠 가수들에 의한 코러스가 있으며 보다 록큰롤적인(80년대의 WASP나 LA 메틀 밴

드가 후렴구에 접근했던 방식의) 접근도 시도되고 있다.
마릴린 맨슨의 신보 Mechanical Animals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전체적으로 테크노크라트의 세계에 대해 염세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스터 맨슨이 그간 주장한대로 '당신이 믿을 수 있는 것은 신이나, 종교나 체제가 아니다. 당신 자신일뿐이다.') 그래서 그가 언제나 거리를 두고자 했던(그렇지만 언제나 그가 효과적으로 이용해왔던) 광고와 TV의 세계에 고도화된 테크놀로지의 세계가 추가되었다. 이러한 시선은 그가 게리 뉴먼의 <Down In The Park>(뉴웨이브-테크노의 선지자로 최근에 다시 부상되고 있는 게리 뉴먼의 이 곡은 기계를 만나 'kill-by-numbers' 게임을 하고, '죽음, 죽음'이라고 읊조리는 노래가 계속 들려오는 어느 공원에 대한 노래

이다)를 리메이크했을 때부터, 또는 외계로부터 온 지기 스타더스트와 자신을 동일시하였을 때 이미 드러났던 것이다.
Mechanical Animals는 인더스트리얼 슬러지코어(sludgecore)씬에서 음악적인 면에서 가장 폭발적인 힘과 나인 인치 네일스를 능가하는 저력을 보여준 Antichrist Superstar의 음악적 정점으로부터는 한발짝 물러선 앨범이다. 만약 그들의 기존 팬들에게 마릴린 맨슨이 또 한번의 경이의 변화와 쇼크를 보여주었다면 바로 이들이 Antichrist Superstar로부터 더욱 극한으로 몰아치거나 반복한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들어선 것일 것이다. 여기에는 더 이상 신음소리나 섬뜩한 내용의 대화가 삽입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자신들의 세계를 보다 더 효과적으로 설득시킬 수 있는 팝적인 록큰롤 넘버가 있다.
데이브 나바로가 기타를 맡은 <I Don't Like The Drug(But The Drugs Don't Like Me)>의 소울 가수들에 의한 코러스나 보코더 코러스를 차용하여 마치 퀸의 바로 그 명곡을 연상케하는 <The Speed Of Pain>(어쿠스틱 기타에 실리는 미스터 맨슨의 회한이 그득한 목소리는 이 곡이 마릴린 맨슨식의 록 발라드라는 것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게리 뉴먼적인 신서사이저의 뿅뿅 사운드가 들어간 <User Friendly>나 <New Model>은 Mechanical Animals를 마릴린 맨슨의 기존 사운드와 차별화시키는 대표적인 곡들이다(사실 가스펠 스타일의 코러스의 사용은 다소 코믹하기까지 하다. 물론 미스터 맨슨이 이런 스타일을 차용한 것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물

론 <The Great Big White World>나 <Dope Show>, <Mechanical Animals>, <Posthuman>과 같은 기존 상궤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곡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곡구성에 있어서 다른 점이 많다. 일단은 신음소리나 영화에서 샘플링해온 대화들(그간 '핑크 플라밍고', '암흑의 왕자', '드럭스토어 카우보이', '트윈픽스',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등의 영화의 대사나 효과음등이 이들의 곡에 부분적으로 사용되었다)을 통해 앨범 전체의 극적인 구성을 고조시킨 것 대신에 곡 자체의 구성으로 이러한 극적 효과를 얻어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분노와 증오, 초인으로서의 안티크라이스트의 존재에 다가서려고 했던 전작의 힘에 비해 Mechanical Animals는 인간의 내면을 투영하고 일개인과 그 주변의 상황들(드럭, 섹스, 광고, 테크놀로지, 미디어 등)에 대한 보다 음울한 시선을 가지고 이러한 개인주의적 상황에 다가서고 있다.
마릴린 맨슨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의 하나는 사타니즘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는 막연한 인상과도 결부되어지는 것인데, 실제로 마릴린 맨슨의 기행적이라고 일컬어지는 무대 연출은 앙토냉 아르또의 잔혹극에 대한 접근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사타니즘이 성서의 신에 거역하는 천사인 사탄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신에게서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에게서 힘을 얻는다는 것, 인간 스스로가 주재자가 된다는 것', 안티크라이스트는 '신이 아닌 인간을 위해 싸우는 사람을 뜻한다는 것(성서에서도 예수의 생존 당시 예수를 반대했던 사람을 일컫는 것 뿐이지 지구 종말의 시기에 전 인류를 멸망시킬 존재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는 것)', 마릴린 맨슨은 신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신을 잘못 이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이 바로 미스터 맨슨이 수많은 인터뷰에서 지적하고 있는 점이다. 마릴린 맨슨의 무대는 분명히 앨리스 쿠퍼나 블랙 사바스의 제의적인 피의 무대와 연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록큰롤 콘서트를 이벤트로, 자신들을 엔터테이너로 규정하는 나름의 태도가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저버리게도 마릴린 맨슨은 사탄을 위한 제단을 마련해놓고 무대 위에서 닭을 죽이거나 하는 기행과는 좀 거리가 멀다. 미스터 맨슨은 아마도 미디어와 일반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방법론에 너무나 능란한 것이다. ('마릴린 맨슨을 혐오하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하겠습니까?' 라는 질문에 미스터 맨슨은 '우리의 음악을 들어보라고 말하겠어요'라고 대답했다.)
미스터 맨슨은 여러 인터뷰와 텔레비전 토크쇼 등에서 달변가임을 이미 입증했다. 그리고 Mechanical Animals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주목하는 부분은 그의 작사가로서의 뛰어난 능력이다. 그는 인더스트리얼의 발생 연원이되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신의 존재와 섹스와 폭력, 록큰롤과 어린아이의 관점 등으로 자유자재로 묘사해왔고, 이번 앨범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이번 앨범은 세기말의 데카당스를 지난 후의 새로운 세기에도 근본적인 불안에 사로잡히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음울한 비전을 보다 폭넓게 담고 있다. '신은 바로 텔레비전 속에 있다' (<Rock Is Dead>), '우리는 도프 쇼에서는 모두 스타다. 당신이 커버 스타의 자리에 군림할때는 그들은 모두 당신을 사랑할테지만, 당신이 그 자리로부터 떠나있을 때는 그들은 또다른 이를 사랑할 것이다' (<The Dope Show>), '신은 통계적이다. 신은 당

신이 셀 수 없는 숫자이다' (<Posthuman>), '우리의 신은 백인이고 용서하지 않으며, 우리는 시험의 와중에 놓여있으며 계속 기도하고 있을 뿐이다' (<I Don't Like The Drugs (But The Drugs Don't Like Me)>)등을 비롯하여 미국 가정의 분열증적인 모습을 그린 <The Speed Of Pain>, 사랑받고자 하는 존재의 열망과 프릭(freak)으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절감하는 개인들에 관한 <User Friendly>, <The Dope Show>등은 마릴린 맨슨이 제의적이고 다소 선동적인 전작들에 비해 좀더 개인주의적인 관점으로 청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마릴린 맨슨은 화성에 떨어져 에일리언으로 살아가야하는 'Space Oddity'에 자신을 반영시키고 있다. 이것은 삶 자체가 체제 안에서 비로소 안전하게 이루어지는 현대사회에 대한 묵시록적인 접근이다. 마릴린 맨슨은 소외된 모든 개인들, 섹스와 폭력의 무의미한 반복에 노출되어 있고, 미디어와 테크노라트의 사회에 지배되고 있는, 더 이상 개인의 개별성과 정체성이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에 속한 모든 이들을 위한 비가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마릴린 맨슨의 Mechanical Animals는 홀의 신보 Celebrity Skin을 프로듀싱한 마이클 바인혼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Celebrity Skin에 대한 저널의 호평과 마찬가지로 Mechanical Animals도 상당히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아마도 이 앨범은 마릴린 맨슨의 기존 팬들을 보다 견고한 층으로 형성시키는 것 이상으로 새로운 청자들을 이끌어 들일 수 있을 것이다. Mechanical Animals는 Antichrist Superstar 이상으로 빅 밴드 마릴린 맨슨의 뛰어난 결과물임에는 새로운 청자들이 입증해줄 것이다.

Chronology.As.Ritual

플로리다의 포트 로더데일에서 89년에 마릴린 맨슨과 데이지 버코위츠를 주축으로 마릴린 맨슨 앤 더 스푸키 키즈(Marilyn Manson & The Spooky Kids)가 결성되었다. 모든 멤버들은 섹스 심볼의 이름과 연쇄살인범의 성을 가져다가 개명했는데, 마릴린 맨슨은 마릴린 먼로 + 찰스 맨슨이며, 데이지 버코위츠는 데이지 듀크 + 데이빗 버코위츠이다. 플로리다 로컬 팬진에 가끔 글을 기고하기도 했던 마릴린 맨슨은 인디아 러브스 유(India Loves You)라는 콕토 트윈스와 소닉 유스를 합한 듯한 슈게이징 노이즈 밴드에 재적했었다고 한다. 초기 라인업은 보컬의 마릴린 맨슨, 기타와 드럼 머쉰 프로그래밍의 데이지 버코위츠(후에 드러머를 영입하기 전까지는 드럼 머쉰이 그 역할을 대신했고, 멀티인트루멘틀리스트인 다재다능한 버코위츠는 기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악기를 직접 다루었다), 베이스의 올리비아 뉴튼-번디(올리비아 뉴튼 존 + 테드 번디), 키보드의 자자 스펙(자자 가보 + 리처드 스펙)이었다. 89년에 올리비아는 기짓 게인(기짓 웨인 게이시)로 교체된다. 90년에 드러머 사라 리 루카스(사라 리 + 헨리 리 루카스)를 영입하지만 95년에 진저 피쉬(진저 로저스 + 앨버트 피쉬)로 교체된다. 93년에 다

시 기짓 게인 대신에 트위기 라미레즈(트위기 + 리처드 라미레즈)가 영입된다. (이름에 관해서는 다음 장 참조.)
마릴린 맨슨이 초기에 플로리다 지역의 클럽 씬에서 공연을 가질 때 그들의 호러-쇼크의 무대 이미지는 드랙 퀸 분장, 누드, 결박과 감금 상태의 재현과 염소의 머리나 'Kill God'등의 문구를 쏟아내는 말하는 장난감 등으로 대표되었는데, 이들이 플로리다의 강력한 데스 메틀 씬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이런 외부적인 이미지 전략과 스테이지에서의 록키 호러적인 전략이라기보다는(이런 제의적인 무대 연출을 차용한 데스 메틀 밴드는 아주 많

았다) 자신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뉴스레터를 계속 발행했고, 핫라인을 개설하여 팬들과의 소통 통로를 만들었으며 계속해서 데모 테입을 만들어 자신들의 공연장과 지역의 음반점에서 판매했다(이들은 무려 8개의 데모 테입을 연속해서 만들었다).
<Cake And Sodomy>, <My Monkey>등의 곡으로 클럽 씬에서 주목을 얻은 이들은 92년에 플로리다의 슬래미스(Slammies)상의 베스트 하드 얼터너티브 밴드와 올해의 밴드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서서히 독자적인 팬층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92

년말에 밴드명은 마릴린 맨슨 앤 더 스푸키 키즈에서 마릴린 맨슨으로 바꾸었고, 93년에는 자체 제작하여 배급한 데모 Family Jams로 슬래미스의 앨범과 밴드, 보컬 부분에 노미네이트되었고, <Dope Hat>은 '올해의 노래'로 수상되기도 했다. 93년 여름에 마릴린 맨슨에게 일대 전기가 되는 만남이 이루어지는데 당시 TVT와 법적 소송중이었던 트렌트 레즈너를 만나게 된다. 마릴린 맨슨은 94년의 나인 인치 네일스의 '셀프 디스트럭트 94' 투어에 참가하게 되고 트렌트 레즈너가 만든 레이블 낫씽(Nothing)과 계약한 첫 번째 밴드가 된다.
94년 1월에 데뷔 앨범 Portrait Of An American Family가 발매되었고, 암북-아-라드(Amboog-A-Lard)의 트위기 라미레즈가 새로 영입되었으며, 나인 인치 네일스와 함께 투어에 나서게 된다. 10월에 유타주의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보수적인 몰몬 교도들에 의해 공연이 저지될 뻔한 위기를 겪었고, 12월에는 멤버 전원이 공연 당일날 납치되어 구사일생으로 공연장에 도착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즈음에 마릴린 맨슨은 사탄교의 교주 앤튼 잔더 라베이

를 만나 'Reverend'라는 호칭을 얻게 된다. 첫 번째 싱글 <Get Your Gunn>에 이어 두 번째 싱글 <Lunch Box>가 발매되고 인디 씬의 리처드 컨에 의해 뮤직 비디오가 제작된다. 95년 초의 달라스와 알카트라즈의 공연에서 무대 위에서 닭머리를 비틀어 피를 뿌렸다는 오해를 받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5월에 글렌 댄직의 오프닝으로 함께 투어를 하게 되는데 이미 마릴린 맨슨의 인기는 댄직을 넘어서고 있었다.
95년 10월에 두 번째 앨범 Smells Like Children이 발매되는데, RIP지가 이들을 커버 스토리로 다룬 것을 시작으로하여 메이저 언론에서 마릴린 맨슨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여 마릴린 맨슨은 미국 전역에서 가장 논쟁적인 밴드 중의 하나가 된다. 이 앨범에는 마릴린 맨슨이 데모를 통해서 이미 발표했던 곡들과 세 곡의 리메이크 곡이 있는데, 마릴린 맨슨의 최고의 싱글 중 하나인 유리스믹스의 <Sweet Dreams (Are Made Of This)>와 패티 스미스의 <Rock'N'Roll Nigger>, 스크리밍 제이 호킨스의 <I Put A Spell On You>가 실려 있다.
96년에 세 번째 앨범 Antichrist Superstar를 발매하여 발매 첫 주에 빌보드 차트 3위에 진입하여 이들의 거대해진 지명도를 대외적으로 확연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앨범 발매 직후 창단 멤버인 데이지 버코위츠가 탈퇴하고 새로운 기타리스트로 짐 줌이 가입한다(데이지 버코위츠는 원래의 이름 스콧 미첼로 돌아갔다). Antichrist Superstar는 마릴린 맨슨이 전작에 비해 음악적으로 성숙했음을 증명한 앨범이다. 연대기적 구성의 3부작으로 이루어진 이 앨범은 트렌트 레즈너와 스키니 퍼피의 데이브 오길비가 프로듀싱에 참여한 <The Man That You Hate>를 비롯하여 <Irresponsible Hate Anthem>, <Antichrist Superstar>, <Beautiful People>, <1996>등 네이팜급의 강력한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로 무장한 트랙으로 채워져있다. 이 앨범 이후 '데드 투 더 월드' 투어를 통한 라이브 실황과 <Beautiful People>의 드럼앤베이스 버전인 <Horrible People>을 수록한 미니 앨범 Remix & Repent를 발매하고 98년 9월에 대망의 네번째 정규 앨범 Mechanical Animals를 발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