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을 외치며 호러블하게 유리 조각으로 자기 가슴을 긋는 장면들은 여하간 보기에 보통이 아닐 것이다. 바로 이들의 초창기 밴드명이었던 '(함중아가 아닌) 마릴린 맨슨과 무서운 아이들(Marilyn Manson & The Spooky Kids)'만큼이나, 이들의 공연은 글자 그대로 'spooky entertainment'.

VISUALITY 시각성 이들의 시각성은 이미 이들의 이미지 창출(메이크업과 패션)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 바이지만, 이들의 비디오에서 이들의 그런 점은 극대화된다. 특히 밴드를 인기 고지에 올려 놓았던 <Beautiful People>과 그 다음 싱글 <Tourniquet>는 여류 비주얼리스트 플로리아 지기스몬디(Floria Sigismondi)의 감독 작품으로, 치아 고정틀 등 신체를 기형화하거나 왜곡화하는 장치들의 적극적 활용이 밴드의 강력하지만 다소 변태적인 이미지를 훌륭하게 세기말적으로 시각화하고 있다. 그녀의 사진 작품들에서도 이와 같은 초현실주의적 감각은 두드러진다. ('스폰' 사운드트랙에 실린 필터와 크리스탈 메소드의 <(Can't You) Trip Like I Do> 비디오도 그녀의 솜씨.) 그리고 물론 데이빗 린치의 '로스트 하이웨이'에 이들이 시청각적으로 등장했던 것 역시 명 커버 <Sweet Dreams>와 <I Put A Spell On You>와 함께 이들의 강력한 이미지에 덕본 바 적지 않을 것.

INTELLIGENCE 지성 이것은 의외일수도 있지만, 확실히 미스터 맨슨은 멍청하지 않다는게 솔직한 결론이다. 일상 생활에서의 미스터 맨슨의 어조는 침착하고 조용하며, 밴드를 챙기고

밴드가 돌아가게 만드는 리더쉽, 즉 밴드 장악력에 있어서는 웬만한 매니지먼트 못지 않은 프로페셔널함을 보인다. 여기에 대해 카리스마 운운할 수도 있지만(물론 그것도 있다), 그 보다는 자신이 하는 짓이 어떤 것인가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그것이 십대 시절 음악 저널리스트로 글을 쓰던 기고가 시절을 통해 그가 오랫동안 고민해 얻은 자기 나름의 결론에 의한 행동이라는 점에 있어 더욱 의미심장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미스터 맨슨 : "내가 사람들이 두려워 하는 것, 사람들을 증오케 하는 것들에 특히 열광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행동에는 철저한 책임이 필요하며 나는 완벽하게 그 점을 이해하고 있다. 나는 내 행동에 책임을 지며, 그렇기에 그 행동들 때문에 감옥행을 감수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아이들을 광폭하게 만든다는 헤비 메틀과 호러 영화들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런 것들을 원천봉쇄한다면 다 잘 될 거라고 그런 식으로 해결하려 드는 부모들에 있다. 문제는 음악에 있는 게 아니라, 모두 가정에서 출발한다." - 여기에 반론은 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이와 같은 논리정연함은 어쨌든 자나깨나 미친짓꺼리나 일삼는 게 어울릴 마릴린 맨슨이라는 관습적 개념에 혼란을 주기는 충분. 여담 하나 더 : 키보디스트 마돈나 웨인 게이시는 쇼펜하우어광이자 원조 펑크 레이먼스의 팬이라고.

RUMOURS 소문들 마릴린 맨슨의 소문공장은 쉬지 않고 돌아간다. 헌데 돌아가긴 하지만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미확인 정보들로 넘쳐난다는 점에서 대단한 '아니땐 굴뚝'이며, 또한 그 터무니 없는 소문들이 사실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하다는 점이 더욱 아연하다. 그중 극히 일부를 소화 난이도로 분류해 소개하면; 하 : "미스터 맨슨은 어린 시절 TV 시트콤 '천재 소년 두기'의 주인공 두기 하우저였다." 중 : "미스터 맨슨은 이미 죽었고 지금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 대역을 하고 있는 것이며, 그 사람은 다름 아닌 트렌트 레즈너이다." 상 : "밴드 마릴린 맨슨은 실제 스파이스 걸스이다." 거기에 그 외 루머들의 상당수가 이 지면이 도저히 허락할 수 없을 수준의 하드코어급 (PG-18)의 포르노성 내용임은 물론이다. (이것들이 다 사실이라면 마릴린 맨슨의 모든 멤버는 매춘부

이거나 성도착자, 변태이며 밴드는 물론 주위의 인물들 모두가 서로 도저히 관계를 이어나갈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얽혀 버린 근친상간의 관계에 있게 된다!) 마릴린 맨슨의 소문 나라 : 어디까지 갈 지 알 수 없는 점입가경의 세계.

TRENT REZNOR 트렌트 레즈너 아직 소속사 인터스코프와 계약 조건 문제로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을 무렵인 90년대 초반 그때 벌써 트렌트 레즈너는 당시 플로리다의 인기 밴드 마릴린 맨슨을 발견하고 점찍어 둔 상태였고, 그 사이 미스터 맨슨과 트렌트 레즈너는 친구가 되어 서로 테입과 충고를 교환하는 사이가 되었다. 마침내 레이블 건이 정리되어 드디어 자신의 레이블 낫씽(Nothigs) 설립 추진을 허락받게 되자 트렌트는 제일 먼저 이들에게 소속 아티스트 계약과 자신의 나인 인치 네일스 투어의 오프닝을 제의했고, 마릴린 맨슨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임으로써 이들의 나인 인치 네일스 커넥션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첫 앨범 Portrait Of An American Family 를 위해 트렌트가 손수 섭외해 주었던 프로듀서 롤리 모시먼의 작업방식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미스터 맨슨이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그 자리에서 즉각 작업 테입을 들어보고 자신도 한창 고민하에 진행중이던 The Downward Spiral 작업이 걸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두말없이 프로듀서를 맡아 모든 작업을 다시 해 주었던 이도 트렌트였고, 스타 밴드로 뜬뒤 각종 미국 보수파들의 비난이 마릴린 맨슨에게로 쏟아졌을 때 100% 자신이 픽업한 아티스트 편에서서 꿋꿋하게 보호막이 되어 주었던 이도 트렌트였다. 그런데 혹시 이 모든게 여론이야 어떻든 순전히 이들이 팔릴 걸 처음부터 알아보았기 때문에 선택한 트렌트의 비즈니스였다면? - 당연히 더욱 무서운 사람이고.

QUOTES 발언록 "모두 죽여서 당신들의 하나님이 그 선악을 심판하게 해 드리자."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들은 확실히 내 맘을 끌었고, 그들은 어떤 면에서는 나와 공통점이 있었다. (어린 시절 그다지 눈에 띄지 못한 허약한 애였던) 나처럼 속으로 그 '어디 이 다음에 두고봐'하는 태도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나처럼 배출구를 찾는데는 결정적으로 실패한 인간들이었다. 나는 아티스트/뮤지션과 연쇄살인자 사이에 상당한 공통점이 있다고 본다." "내 가운데 손가락이 두 개 뿐인 게 안타깝다." "<Beautiful People>은 미의 파시즘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나는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결여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이 혐오하는 것들에 의해서도 스스로를 식별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활원은 도중하차생들을 위한 것이다." - 이상 미스터 맨슨의 말. 그리고. "무대 위의 나는 실제의 나보다 더욱 진짜에 가깝다. 그러니까 트위기 라미레즈의 모습일 때 나는 그 이전의 나를 극복하는 듯한 느낌이다. 사람은 단지 동전 한닢으로도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바꿀 수 있고, 그게 꼭 '짜가(fake)'로 생각되어져야 할 필요는 없다." "마릴린 맨슨은 빌리지 피플과 슬레이어 사이에 있는 밴드다." "(한 아이 엄마가 싸인을 부탁하며 무슨 밴드인지 물어보자) 우리요? 크로커스(Krokus)요." - 이상 트위기의 말.

MORRISSEY 모리씨(번외항) 마릴린 맨슨은 혹시 헤비 사운드 계의 모리씨? 이 무슨 당치도 않은 연결이냐고 할지도 모르지만(그리고 솔직히 구태여 인정하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그 의외만큼이나 90년대의 쇼크록 계승자 마릴린 맨슨의 미스터 맨슨과 80년대 스미스(The Smiths) 출신의 상처입은 로맨티시스트 모리씨 사이엔 확실히 공통 분모들이 많다. 둘 다 십대 시절 뮤직 저널리스트 직업을 가진 적이 있고 둘 다 이상할 정도로 자신들만의 괴상한 골수팬들을 양산하는 능력에 탁월하며 둘 다 범죄자/살인자들에 대한 변태적 애정을 갖고 있으며 둘 다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갖고 매체와 게임을 하는 데 능란하다. 실제 미스터 맨슨은 자신이 만든 '게이 판별법'이란 조항들을 늘어놓은 적이 있는데 그 항목 중 절반이 '당신이 만약 ㅇㅇ한 상황에서 스미스/모리씨의 음반 △△을 듣거나 갖고 있다면 당신은 게이'식으로 시시콜콜히 작성된, 진지함과는 거리가 먼 거의 험담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모리씨 팬들은 '그렇게 사사로운 상황과 가사를 다 기억하고 또 그에 맞춰 지적하고 있다는 건 적어도 그도 앨범을 갖거나 들어봤다는 거고 그 항목들에 따르면 자신도 게이라는 패러독스에 걸려드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단지 둘 사이의 차이점은 무대 소품이 각기 닭과 꽃이라는 것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