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 헤드라이너라고? 맙소사!' 실로 놀랍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것은, 유명한 누군가를 대신한다는, 즉 보통 이상의 뭔가를 해내야만 한다는 과도한 상황 속에서, 정말로 그 일을 해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마치 위급 상황의 인명구조원이 정신없이 오로지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뛰어들고, 나중에 상황이 마무리되고 정신차리고 보니 정말 자신이 사람을 구해냈더라는 것과 같은 그런 기분 말입니다. 모든 게 너무도 순식간이었습니다. 우리가 무대에서 잘 할 수 있을까 없을까 걱정하거나 바보 같은 얼굴로 연주를 틀리지

관적으로 정의한다는 건 나로선 못할 일이예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렇다면 His 'N' Hers나 Separations 등 다른 앨범들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인가요? Separations는 좀 오래된 거라.. His 'N' Hers는.. 우리가 제대로 된, 충분한 노력과 돈과 시간을 드린 스튜디오 경험을 하게끔 해 주었던 실질적 첫 앨범입니다.
라이브에서 아직도 초기 앨범들 곡을 연주합니까? Freaks나 It 같은 앨범들.. 아뇨. 그렇진 않을 거에요. 내 기억으로는 Freaks 앨범 곡을 마지막으로 연주했던

말아야 할텐데 뭐 그런 생각 할 새도 없이 우린 곧장 올라가 우리가 할 일을 해야했고 그것이 마침내는 우리도 놀랄 그런 대단한 결과로 나온 거였지요.
그런데 듣자니 펄프의 초창기 공연은 거의 멀티 미디어였다고들 하던데요. 영화, 필름 슬라이드, 드라이 아이스 연기에 무슨 향기까지 다 섞은 무대였다는.. 음.. 하하, 네. 그땐 기재나 악기를 다루는 것도 익숙치 않았고 그다지 음악적 기술이 능숙하다고 할 수 없었던 시기이기도 했기 때문에 잘 뽑힌 사운드를 낸다는 것에는 우리 모두 관심들이 없었어요. 그래서 사운드 보다는 무대 자체의 분위기와 그 변화를 관객들에게 보여 주고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해 보고 싶었던 거지요. 조금은 실수를 커버하기 위해서, 그리고 다른 그룹과는 다르다는 인상을 심으려는 의도에서 검은 깃털 재킷을 입는다든가 무대 천정에 풍선을 매달아 늘어뜨린다든가 영화 필름 슬라이드를 보여 준다든가 하는 시각적인 것들을 많이 시도했었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그런 것들로 다른 밴드들보다 눈에 띄기는 했어요. 하지만 지금도 만약 그렇게 한다면 연주에 충분한 신경을 쓸 수가 없을 겁니다. 연주가 나아지면서 이런 것들은 자연스럽게 마무리가 되었지요. 지금은 음악을 제대로 들려 주
자비스 코커, 1995년

게 94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Separations 앨범 곡 플레이도 그 공연에서가 마지막이었구요. 그 이후로는 한번도 안 했어요. 자비스도 그 당시의 그런 숫기없고 볼품 없는 사춘기 곡들을 지금 와서 연주하는 건 창피해하는 상황이라.. 다이하드 팬들 정도를 제외하면 그 곡들 원할 사람 아마 없을 걸요. 아주 초창기 앨범들은 제가 들어오기 전에 만들어진 것들이긴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그 팬들 심정은 이해합니다만.
당신이 가장 최근에 산 레코드는? .. 혹은 훔친거라도. 글쎄, 요근래 한동안은 훔치지 않았는데, 여기 있군요. Hello Children Everywhere. BBC방송에서 내놓은 어린이 TV노래 모음곡집입니다. 옛날 생각이 나서 샀는데 정말 좋습니다.
어느 잡지에선가 당신은 라디오 헤드의 OK Computer를 들고 있던데. 맞습니다. 그 사진을 찍긴 했는데 난 아직 못 봤어요. 그 앨범 정말 잘 된 거라고 난 생각했거든요. 좋은 앨범입니다.
지금 당신이 봤을 때 씬에서 가장 빛나는 미래의 희망(주목할 만한 신인)은 누굽니까? 음.. (침묵)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밴드들에 대한 이런 질문엔 언제나 난감해요. 떠오르는 이름이 없군요.
희망이 없다는 뜻입니까? 아뇨, 그건 절대로 아닙니다. 단지 내가 누군가를 향해 희망이
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른 펄프 앨범들에 대한 당신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을 좀 듣고 싶은데요. 컴필레이션들 말입니까?
아뇨. 컴필레이션은 너무 많아서 제외했고 오리지널 앨범들에 대해선데, 우선 Different Class인데요, 자, 이 앨범을 어떻게 묘사하시겠습니까? 나로선 불가능합니다. 난 내부에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내부의 시각으로 그 앨범을 제대로 객
다 아니다를 점찍는 그런 짓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는 것 뿐입니다.
당신에게 펄프라는 이름은 당신들의 음악에 어떤 의미를 부여합니까? 글쎄요. 확실하게 이렇다저렇다라고 설명할 수가 없군요. 펄프라는 단어와 펄프라는 음악, 어쨌든 내게 이 두가지는 궁극적으로 똑같은 하나일 뿐입니다.


THANKS TO : 이재원 (POLYGRAM KOREA)


TEXT | 성문영

'아래에서부터 읽어주세요.'

THIS IS HARDCORE (98)
자비스 코커-스티브 맥키-캔디다 도일-닉 뱅스-마크 웨버
선행 싱글 <Help The Aged>에서 빛나는 애틋한 경로정신에서부터 이미 그 '자비스다움'의 구면이 반가울, 탈퇴한 기타 겸 바이올리니스트 러셀 시니어의 공백을 구태여 메꾸지 않고 잔여 황금의 1군 멤버들이 힘껏 완성한 2년만의 펄프 신보 '이것이 하드코어다'. 그러나 사운드는 <Common People>과 <Disco 2000>의 애호가들에게 결코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I'm A Man> <Glory Days> 등 낯익은 부분도 있지만 <The Fear> <Party Hard> 그리고 타이틀 곡 <This Is Hardcore> 등의 정작 생경한 부분들이 실은 앨범의 진정한 백미들. 국내 발매 추진중이다.
some might say : "heavy."

COUNTDOWN 1992-1983 (96)
It, Freaks, Separations의 라인업들이 혼재
Masters Of The Universe와 같은 초기 화이어 레이블 시절의 또다른 컴필레이션이지만, 그 앨범이 B면곡 내지는 희귀곡 위주였다면 이것은 정규반 수록곡들을 중심으로 선곡한 '불타는 펄프' A면곡 베스트 모음집이다. 타이틀대로 화이어 재적 기간 중에서는 가장 최근인 92년부터 거꾸로 짚어나간 '카운트다운' 식 리스팅은 펄프의 초창기를 군더더기 없는 핵심 코스로 짜 놓았고 전체 분량은 2CD. 하지만 이 앨범의 진정한 가치는 이런 앨범의 내용보다는 정작 펄프의 역사를 진실하고 알맹이 있도록 야무지게 기록한 부클릿의 안내문에서 빛난다.
some might say : "f**kin' another compilation."

DIFFERENT CLASS (95)
자비스 코커-러셀 시니어-스티브 맥키-캔디다 도일-닉 뱅스-마크 웨버
'블러와 오아시스의 브릿팝 전투에서 정작 승리한 이는 펄프였다'는 말이 아무래도 미심쩍을 경우 필히 경청해볼 필요가 있는 음반이자 현재의 펄프를 구축한 명반. 랄랄라 사운드에 쓰디쓴 가사를 담은 메가 히트 싱글 <Common People>, 로라 브래니건으로부터 고소당할 수도 있었던, 글로리아의 탈을 쓴 데보라의 노래 <Disco 2000>, '전세계의 낙오자들이여 단결하라'를 외치는 낙오당선언 <Mis-Shapes>등 줄기찬 히트를 낳은, 90년대를 말할 진정한 팝 음반의 하나. (B면곡 모음인 Second Class가 커플링된 한정 2CD세트로도 발매되었다.)
some might say : "yessssss!!"

MASTER OF THE UNIVERSE (94)
자비스 코커-러셀 시니어-캔디다 도일-피터 맨셀-맥너스 도일
젲가 후 발매까지 2년이나 걸렸던 Separations의 과거에서 알 수 있듯 결코 우호적으로 결별한 게 아니었던 펄프와 그들의 첫 소속사 화이어(Fire). 그러나 그 둘 사이의 관계야 어떻든, 일단 밴드가 뜨고 나면 뭐든 용인되는 자본의 세상이다 보니 이렇게 화이어 시절의 그들 곡들이 깡그리 컴파일되어 '불타는 펄프(Pulp on Fire)'라는 타이틀로 붙여져 나와도 다들 그러려니하게 되었다. 전술한대로 (대부분) It, Freaks, Separations등 정규반분이외의 화이어 시절 펄프가 남긴 녹음을 집대성한 '착취(악덕도 미덕도 다 될 수 있다)' 컴필레이션.
some might say : "another comilation."

HIS 'N' HERS (94)
자비스 코커-러셀 시니어-스티븐 맥키-캔디다 도일-닉 뱅스
한국의 뽕짝 사운드에 절대절명의 감초로 군림하는 캐시오 키보드의 싸구려 질감과 에드불러(스웨이드를 담당했던)의 강한 휘발성 냄새의 프로듀싱, 그리고 바야흐로 만개하는 자비스의 천하무적 유난달필 가사들 모두가 힘을 합헤 드디어 '뭔가'를 보여주는 펄프의 성공 출사표인 메이저 레이블 데위 앨범. 팝적인 강점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이며, <분홍색 장갑>과 <립그로스>에 흥분하는 페티시즘과 <맨처음 때 어땠는지 기억나?>와 <그녀는 숙녀>에 드러난 섹스, 그리고 <조이라이더>가 발하는 격렬한 반사회적 앙심 등 들을 꺼리 만재.
some might say : "you did it!"

PULPINTRO - THE GIFT RECORDINGS (93)
자비스 코커-러셀 시니어-스티브 맥키-캔디다 도일-닉 뱅스
글자 그대로 펄프가 재적했던 마이너 레이블 기프트(Gift)사에서 발표했던 싱글을 A면곡과 B면곡 모두 구제한 모음 앨범이다. 이미 메이저인 아일랜드사와 계약한 상황이었던 펄프로서는 다소 의무적인 고별 행진 쯤의 역할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저 유명한 펄프 최초의 의미심장한 싱글 히트<Babies>(초창기의 이 곡 홍보용 뮤직비디오는 정말이지 '펄프가 기가막혀'이다)와 야심한 3부작 <Inside Susan>, 출신지인 고향 셰필드 소재의 <Sheffield : Sex City>, 그리고 이들의 대표곡 중 하나인 어디 나무랄 데 없는 <Razzmatazz>등 수록.
some might say : "a Compilation - not bad."

 

 

 

 

 

 

 

 

 

 









 

 

 

 

IT (83)
자비스 코커-사이먼 힝클로-피터 봄-데이빗 헝클러-웨인 퍼니스-비피 게리 오
지금의 펄프와 동명이팀일까를 추측(사람에 따라서는 거의 확신)케 하는 격세지감의 데뷔 앨범. 시완레코드사 유러피언 명반 시리즈에 은근슬쩍 끼어든대도 손색없는 목가적 플루트 반주의 <Blue Girls>를 비롯 진지하고 순수하게까지 들리는 자비스의 보컬이 아름다운(!) 대표 싱글 <My Lighthouse>, 그리고 어처구니 없는 <Love Love>(이 곡을 지금 라이브에서 연주한다면? 상사만 해도 흥미진진) 등 '포크 밴드' 펄프의 진수를 만끽 할 수 있는 엽기적 어쿠스틱 음반. (이 앨범을 통한 밴드의 금전적 수입은 전무한 것으로 믿어도 좋다.)
somemightsay:"uh-oh."

FREAKS (86)
자비스 코커-러셀 시니어-캔디다 도일-피터 맨셀-맥너스 도일
데뷔작 '페어포트 컨벤션' 펄프에 이은 다음작은 이제 '바우하우스' 펄프. 혹은 '조이 디비전' 펄프. 암울하기 짝이 없는 펄프 최고의 무겁고 어두운 2집 앨범으로, 고딕 펄프란 이름은 사실 여기에 와야 번짓수가 맞다. It의 참담한 실패 때문인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으나 어쨌든 자비스의 가사는 거의 '낙오자와 실패자는 살아갈 수가 없다'는 (경구가 아닌) 냉소적 자조로 일관되어 있어 똑같이 소외된 낙오자를 다뤄도 Different Class의 <Mis-Shapes>와는 얘기가 완전히 다르다. 러셀 시니어와 캔디다 도일이 참여한 첫 앨범. 역시 파리 날렸다.
some might say : "come on, please."

SEPARATIONS (92)
자비스 코커-러셀 시니어-스티브 맥키-캔디다 도일-닉 뱅스
이제부터야말로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펄프다. 단, 조금씩 조금씩. 지금의 <Disco 2000>과 더 가깝게는 <Party Hard>의 전조를 읽을 수 있는 본격 디스코 넘버 <Countdown>은 물론 이들의 이름을 처음으로 알려준 NME지의 '금주의 싱글'곡 <My Legendary Girlfriend>, 그리고 마땅히 앨범의 백미여야만 할(지금까지 이에 동의한 곳은 별로 없었지만) <Death 2>등 어디로보나 송라이팅의 진보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감지할 수 있는 '뭐가 보이나-미래가 보인다'의 소중한 앨범. 이 때의 라인업이 한동안 펄프의 메인이 된다.
some might say : "hmm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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