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 김미영

..상황주의자 말콤 맥클라렌의 최대의 (反-/ -)미디어 이벤트로 조직된 섹스 피스톨즈로부터 펑크의 공동체를 주창한 클래쉬, 그리고 미국으로 건너간 하드코어 펑크 씬(80년대 하드코어의 엘리트주의에 이르기까지)의 전략은 DIY 정신과 쓰리 코드주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체제전복에 대한 (막연한) 바램과 정치적 가사들('말로는 무엇인들 못하랴?' 라는 비관적 자세 이전에)과 노동계급의 후손이라는 계급적 정체성, 반엘리트주의 등이 뒤섞인 펑크는 비록 지금에 와서 네오 펑크 계열의 메이저에서의 놀라운 분투로 (배드 릴리전, 오프스프링, 페니와이즈, 그린데이, NOFX, 랜시드 등의 일군의 에피탑 레이블 출신들의) 음악 장르로서는 잘 나가는 상품이 되고야 말았지만, 애초의 펑크 근본주의자들의 정신은 아직도 유효한 지점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사회 부적응자들을 위한 공동체로서 기능했으며, 록큰롤의 내부적 역사에 매몰되지 않고자 했던(그러나 부정하고자 한 자들만큼이나마 뿌리를 존중하고자 한 자들도 많았다) 펑크는 음악 산업 안에서 직접적인 외부적 표출로 드러난 '태도'의 문제였다. 그러나 말콤 맥클라렌의 펑크는 음악과 미디어와 패션이 전략적으로 뭉쳐진 유행 상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사실 그것은 펑크 음악이라기보다는 펑크 스타일이고 (反-/ -)미디어 이벤트라고 볼 수 있따.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테드 스타일(the Teds style)을 적극 활용하였고, 말콤 맥클라렌의 크로이든 아트 스쿨의 동기인 제이미 라이드는 섹스 피스톨즈의 아트워크를 창안했다. 레트리즘(Lettrism, 문자주의)과 다다로부터 영향을 받은 상황주의자 연대(Situationist International / 기 드보르의 [스펙터클의 사회], 서브 2월호 스페셕 텍스트 '펑크를 통해 본 세기말의 문화지형' 참조)로부터 전략을 빌어온 말콤 맥클라렌이나 미니멀리즘과 다다이즘에 대한 관심을 실질적인 면에서 최대한으로 발휘한 버나드 로즈(클래쉬의 매니저)에게는 정치적인 과격한 문구들조차 마케팅의 일환이 되었지만, 섹스 피스톨즈나 뉴욕 돌스, 레이몬즈, 클래쉬에게 심정적 동조자로 남아있고자 했던 수많은 청중들에게는 결코 '무정부주의'가 슬로건에만 불과한 것은 아니었다.

섹스 피스톨즈가 4트랙 녹음기로 최초의 혼란스런 묘비명과 자기파괴적이며 선동적인 외침을 담았다는 것보다 라이브에서의 날 것 상태로 관객들과 만난 것이야말로 펑크를 운동으로 끌어들인 원동력이다. 섹스 피스톨즈의 부단한 라이브가 지속되었을 대 관객으로 모였던 무수한 이들은 자기 밴드를 결성한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에는 와이어, 클래쉬, 프리텐더스, 매거진, 조이 디비전, 버즈콕스, 제너레이션 X, 슬리츠, 스미스 등이 포함된다. 또한 미국으로 건너간 펑크는 데드 케네디스, 블랙 플랙, 푸가지, 빅 블랙등을 거쳐 너바나에서 네오 펑크에까지 이른다. 클래쉬의 퓨전적인 성향과 마찬가지로 크로스오버적인 성격의 펑크도 등장했다(이것은 인종을 넘나드는 젊은이들의 공통분모로 작용한 상실감과 무력감이 한데 모인 결과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불안이지 피부색이 아니었다).

펑크의 패션은 바로 펑크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했다. 가장 기본적인 스타일은 적대적이거나 강경 매니페스토로서의 문구를 담은 티셔츠와 사회에서 용인되기 어려운 색깔들의 염색이다(사회적 요구에 의한 획일화된 스타일의 반발로서 펑크에서의 다양성이 받아들여진다). 말콤 맥클라렌이 존 라이든(섹스 피스톨즈의 보컬, 본명은 자니 로튼)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것은 바로 존 라이든의 녹색으로 염색한 머리였다. 헤어 스타일은 80년대에는 나찌주의자들의 전유물처럼 되어버린 스킨헤드까지 포괄한다. 여기에 가죽 재킷과 군화나 닥터 마틴 신발등이 일부를 이룬다. 90년대 펑크들은 여기에 스케이트 보드도 부가시킨다. 사실 이 모든것을 '펑크는 스타일이 아니다'로 무화시켜버릴수도 있다.

TEXT | 성문영

..스카는 음악만이 아니라 (음악과 함께) 젊은이들 사이에서 어떤 공감된 스타일 코드를 이끌어냈던 장르 중에서도 그 단발성과 그만큼 강력하고 순식간에 휘몰아쳤던 감염성으로 인해 모드에 육박하는 부각을 받을 수 있을 장르였다. 80년대 영국에서 정장에 모자를 쓰고 밤에 클럽을 출입하며 그 꿍짝꿍짝하는 리듬에 온몸을 맡기는 젊은이들 대부분이 스카 팬들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영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부분적으로 데보Devo가 유행시킨, 기괴한 모자와 차이나 컬러의 깔끔하고 기계적인 스타일이었던 원시 테크노 패션과 좀 헛갈리기도 했었다.) 뉴웨이브 패션의 한 지류로서도 스카는 음악만이 아닌 그 '문화'의 시각에서 분명히 무시못할 개성이 있던 장르. 주로 80년대를 풍미했다.

원래 미국 뉴올리언즈의 R&B를 재생하고자 했던 의도가, 같은 흑인이더라도 그 주체가 자마이카인들이었던 덕분으로 전혀 새로운 참신한 리듬의 제3의 것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 스카로서, 록 스테디(Rock Steady), 레개(Reggae)등과 함께 자마이카가 구미에 소개한 주요한 조류 중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음악 장르. 그러나 스카가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가시적으로 노출되었던 것은 이 60년대 오리지널 시기가 아니라 80년대에 들어서였다. 70년대 말부터 일군의 흑백 혼성 + 관악 파트 포함 라인업의 영국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이 오리지널 스카의 부흥을 주창하며 (그리고 거기에 펑크의 애티튜드를 가미하여) 활동을 시작했고, 이들의 선두에 섰던 스페셜스(The Specials)가 자신들의 레이블 투-톤(2-Tone)을 설립하면서 매드니스(Madness), 잉글리쉬 비트(English Beat), 셀렉터(Selector), 바디스내처스(The Bodysnatchers)등의 소속 밴드들이 연이어 히트를 내면서 이들의 스카 붐은 80년대를 통해 전영국적인 것이 되어, 이 스카붐은 다른 말로 '투-톤 사운드'로 공인받기도 하였다. 이후 내부적인 문제들(밴드들의 단명, 인종 문제 및 폭력 사태)로 이 붐이 궤멸하고 난 뒤 90년대에 들어 그간 끈질기게 펑크와 메틀, 하드코어가 가미된 사운드로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펼치던 스카 밴드들이 미국에서 뜨기 시작하면서 지금 보이는 것과 같은 제3의 스카 리바이벌을 형성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차트 밴드가 되어버린 노다우트(No Doubt)는 물론 서브라임(Sublime), 랜시드(Rancid), 마이티 마이티 보스톤스(Mighty Mighty Bosstones)등이 그 주요 세력들.

스카를 패션으로 말할 땐 단연 투-톤 레이블 시기에 확립된 스타일을 모본으로 삼는다. 즉 모자부터 넥타이에 흰 셔츠, 구두에 가슴 포켓의 손수건까지 완벽하게 갖춘 단정한 정장 차림과 선글래스 정도의 소품이 구비되며(양복도 더블 버튼이거나 멜빵, 조끼까지 갖추어진다면 더욱 금상첨화!), 이 모든것은 대부분 흑백의 조화로 이루어진다(투-톤이 의미하는것은 인종만이 아니라 이 패션에서까지 지켜진 흑백 컬러의 조화에 해당). 기본적으로는 60년대를 휩쓴 청년 컬처인 모드 패션에 흑인적인 터치를 가미한 형태. 지금 90년대에 들어서 이 정도까지 해내는 팀으로는 마이티 마이티 보스톤스의 패션 센스 정도가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