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 김미영

...일찌기 고스 족(Goth Tribe/흔히 고트 족이라고 불리움)이 있었다. 3세기에서 5세기에 걸친 시기 동안 로마 제국에 침입한 튜튼 족 일파인 고스 족은 자신들의 독자적 왕국을 건설했다(또는 로마의 유산을 파괴했다). 고스 족은 흔히 야만족이라고 불리우며, 5세기에 역시 서유럽을 침입하여 로마 문화의 파괴에 한몫을 한 게라믄의 한 일파인 반달 족(Vandal Tribe)과 즐겨 비교된다(반달족에서 비롯된 반달리즘은 예술품의 고의적 파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미개함과 야만을 뜻하는 고스는 중세에 이르면 또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데, 12세기에서 16세기 경에 유행하여 중세의 대표적 건축양식 중의 하나로 기록되는 고딕 양식으로 변모한다. 고딕양식은 끝이 뾰족한 첨탑(오자이브)을 사용하는 아치형의 양식이다(이 명칭은 이 양식이 지난 세기에 유행한 진부하고 야만적이라는 의미에서이다. 얼마나 중세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지). 그리고 카발라와 발할라와 같은 지하세계에 대한 관심, 그리고 흑마술과 박쥐, 죽음과 초자연현상에 대한 경도 등이 18세기와 19세기의 고딕 문학으로 형상화를 이룬다. 고딕 문학은 그 구제할 수 없는 낭만성과 근대화에 대한 역작용의 우려 등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위상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다. 문학의 순수성이나 고귀함을 아무도 괴기스러운 고딕 문학에서 찾지 않으므로 고딕 문학은 현재까지의 지대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보르헤스와같은 환상문학에서도 발견되어지는) 다소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나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를 잇는 최근의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등을 통해서 고딕 문학은 다시 재생되고 있다. 고딕 문학과 고딕 문화는 상기에 언급한 작품들이 표현해내고 있듯이 이성의 영역을 재단하려는 시도, 인간의 광기와 정념을 극한까지 표출하려는 욕망, 죽음에 보다 가까운 삶의 양태의 표현, 초현실주의적 소재와 표현 양식 등으로 이야기되어질 수 있다.

78년 무렵에 조이 디비전의 음악이 '주류에 비해 고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대부터 뮤직 저널에 등장하기 시작한 고딕은 펑크의 한 조류로 취급되었다. 섹스 피스톨즈와 한 유파였던 수지 앤 더 밴쉬스는 자신들의 음악을 고딕이라고 천명하면서 외형적 스타일을 바꾸어나갔다. 그리고 깡마른 체구의 피터 머피가 이끄는 바우하우스는 고딕의 스타일과 사운드의 전형을 만들어갔다. 이들은 당시 뱃케이브(Batcave)라고 불리던 클럽에서 바우하우스와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음산함의 뿌리까지 찾아들어갔다. 데이빗 보위와 까트린느 드느브가 주연한 '흡혈귀 The Hunger' (윌림 데포가 단역으로 출연하고, '트루 로맨스'의 토니 스코트가 감독한 토니 스코트 최대의 걸작 중 하나)의 도입부는 직접 출연한 바우하우스의 <Bella Lugois Is Dead>가 뱃케이브와 같은 클럽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기이한 나이트 클럽의 분위기는 당시 고스돔을 형성한 분위기에 대한 일별을 가능하게 한다. 이후 고스 록은 후에 미션 UK와 앤드류 앨드리치로 갈라선 시스터스 오브 머시에 이르러 보다 가속화되며 에일리언 섹스 핀드, 버진 프룬스, 섹스갱 칠드런, UK 디케이, 닉 케이브와 버스데이 파티 등으로 영역이 넓혀진다. 정적이며 기괴한 인스트루멘틀, 천사표 여성 목소리의 앰비언트 고스에 이르면 디스 모틀 코일이나 러브슬라이스크러싱, 미란다 섹스 가든까지 광역의 의미로 포함되어지며, 최근에는 로제타 스톤, 플라시보, 베루카 솔트에까지 이른다(혹시 베루카 솔트의 <Shutterbug>비디오를 본 적이 있는가?). 또한 고스는 고스 메틀, 블랙 메틀 쪽과도 무관하지 않으며, 인더스트리얼 고스는 상당한 일가를 이룬다. 초기의 미니스트리에서 근자의 마릴린 맨슨에 이르기까지.

고딕의 대표적 색깔은 검정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정색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스타일. 여기에 얼굴은 하얗게 하는 것인 필수적이지만 눈 주변과 입술을 검게 칠하는 것은 선택 사항. 은장신구를 많이 착용한다. 이외에 검정색에 빨강과 보라색을 조화롭게 배치하기도 한다. 망사를 이용한 조끼나 치마, 바지도 즐겨 착용하며, 가죽과 벨벳에 대한 선호도도 있다. 여성 메이크업은 수지 앤 더 밴쉬스의 수지 수에게서, 남성 메이크업은 더 큐어의 로버트 스미스에게 배울 수 있다. 이 고스 무리들은 지극히 '아트적'이기를 갈망하는 무리들이며, 외관에 대한 관심과 프라이드, 내향적인 면모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TEXT | 성문영

.."It's so damn British!" 영국의 영 팝 컬처(young pop culture)를 얘기하고자 할 때 모드는 반드시 고려 대상이 되는, '영국적'이라는 말의 이해를 위해 필요불가결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모드야말로 음악이기 이전에 스타일이며 패션이며 애티튜드였던 - 그런 의미에선 펑크만큼이나 짧고 강력했다 - 장르로, 원래 모드란 말도 밴드나 노래보다는 일군의 영국 젊은이들이 형성했던 고유한 생활양식을 통해 탄생한 유행어였다. 이 문제의 '일군의 젊은이들'은 이탈리아 최신 유행을 연상시키는 깔끔한 패션을 하고 미국 모타운 사운드의 흑인 R&B와 약간의 스카를 들으며 암페타민 알약에 취미가 있고 스쿠터를 주요 이동 수단(폭주는 필수)으로 삼아 밤마다 몰려다니며 공원에서의 차량 파손, 패싸움, 클럽에서의 광란의 춤 파티 등 미래가 없는 찰나적인 태도가 몸에 밴 60년대 영국의 젊은-도시-가난한 노동자 계급의 남녀들로, 이들이 처음 모드족(Mods)으로 불렸으며 그 짧은 유통기한을 불꽃처럼 살다 간(?) 족속들이기도 했다. 철저하게 영국 내부에서만 향유되고 사라져 버린 흐름으로서, 짧았지만 강렬했던 그 성격상 70년대에 한 번, 그리고 90년대에 들어와 (약간 찰나적이긴 했지만) 모드의 영향이 다시금 리바이벌, 재조명 된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물론 전대(前代)의 비틀즈(Beatles)와 킹스(Kinks)의 영향이 없진 않았지만, 그리고 아예 이름부터 '모드'인 밴드(The Mods)도 있었지만, 모드족의 영원한 전설은 뭐니뭐니해도 영국 서부를 대표한 (초창기의) 후(The Who), 그리고 동부를 대표한 스몰 페이시스(Small Faces)의 양대 산맥이다. 이들은 모드의 출연과 함께 그 구미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음악을 했는데 그것은 그들과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이 멤버로 있는, 그리고 그들이 그토록 열광했던 R&B 성향의 록밴드였다는 점 때문이었다. 특히 후의 록 오페라는 '토미(Tommy)' 뿐이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반드시 관람해야 할 이들의 또하나의 걸작 필름 '쿼드로피니어(Quadrophenia - 그러나 70년대 초반에 등장)'는 이들의 동명 앨범과 함께 공히 모드족의 성경으로까지 회자되는 작품으로서, 지금도 모드 문하 이해용으로는 교과서적인 영화이다(스팅이 연기한 소위 'ace face'의 캐릭터는 물론 <Love Reign O'er Me>가 보여 준 주인공 필 다니엘스의 감동의 라스트씬은 지금 보아도 대단 - 가히 모드의 '트레인스포팅'이라 할 만하다). 이후 모드족의 빛은 70년대 말에 또한번 재림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잼(The Jam)이었다. 모드의 규율을 완벽하게 지킨 패션과 R&B를 더욱 펑크적이고 강력한 무정부적인 것으로 개발한 록 사운드, 그리고 무엇보다도 19세라는 홍안의 기타리스트 폴 웰러(Paul Weller)가 모드족의 우상이 되기에 완벽한 스타성을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잼의 앨범 중에는 All Mod Cons라는 타이틀도 있다). 웰러가 나중에 더욱 소울적이며 정치적인 노선으로 기욺에 따라 잼도 스타일 카운슬(Style Council)로 변하여 모드가 기댈 언덕이 없어짐으로 인해 모드는 완전히 끝난 것처럼 보였으나, 90년대의 브릿팝 열풍이 불면서 영국 내의 자존심이 부활되고 겸하여 옛 영국 팝 선각자들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면서 모드 또한 한시적이나마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했을 어린 팝층에 관심꺼리가 되었다(폴 웰러가 최근 다시 화두가 된 것은 단순히 Wildwood 앨범의 부각에 의한 것 만은 아니었다). 블러(Blur)가 <Parklife>에 '쿼드로피니어'의 주인공이었던 필 다니엘스를 초빙하고 정말 그 '파크라이프'를 경험해 보려는 젊은이들이 후드달린 롱 점퍼에 타이트한 정장을 하고서 밤마다 스쿠터를 타고 삼삼오오 공원이나 클럽에 등장하는 현상이 90년대 중반에 잠시 런던에 재현되기도 했다. 그러나 음악적으로는 90년대에 진정한 모드 리바이벌이라고 할 게 없었다. (패션으로라면 또 몰라도 - 멘스웨어Menswear의 데뷔 시절을 보라.)

모드에 있어 패션은 거의 규율에 가깝다. 나중에 스카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 이 모드 패션은 간단히 말해 '깔삼함'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이탈리아의 테일러메이드 제품을 연상시키는 양복 정장에 코트나 후드 달린 롱 점퍼, 장갑, 짧은 머리, 구두 등의 세팅이 '잘 차려 입은' 한 유형이라면, 다른 한편으론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 도안과 함께 모드족에게 인기 있었던 과녁 형상의 ⊙무늬의 티셔츠나 폴로 셔츠에 보울링화를 연상시키는 스타일리쉬한 스니커 운동화, 청/면바지 세팅의 한 유형이 있었으며, 이 두 유형은 서로 약간씩 혼합되기도 한다. 하지만 '베스파(Vespa)'로 통칭되는 스쿠터 오토바이는 양쪽 공히 필수 덕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