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 박준흠

...뉴 웨이브는 70년대 말 펑크와 디스코 시대 이후에 탄생된 장르이고, 이들의 공백을 매운 장르이다(펑크는 후에 포스트 펑크와 뉴 웨이브로 양분된다. 포스트 펑크가 어렵고 도전적이었다면 뉴 웨이브는 팝적이고 단순했다). 뉴 웨이브는 신선한 힘을 갖고 있었고 양식적으로는 펑크와 큰 연관이 없었다. 그리고 전자 음악과 패션, 예술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많은 스타일 상의 다양함을 보여주었다. XTC, 닉 로우와 같은 파워 팝 뮤지션, 게리 뉴먼과 같은 신스(synth) 록커, 그레이엄 파커와 록파일과 같은 록 회복주의자들도 이 장르에 포함된다. 그리고 뉴 웨이브는 82년 MTV개국으로 가장 덕을 본 장르였지만 기존의 아티스트들이 뮤직 비디오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이를 제대로 만들기 시작하고, 스미스와 R.E.M. 과 같은 기타 중심의 밴드들이 생겨나셔 대학 라디오 방송과 언더그라운드 록 팬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84년 경에는 서서히 그 영향력을 잃어 버리고 만다.

대표적인 뮤지션으로는 신서사이저 팝/록 그룹으로 대변되던 휴먼 리그, 듀란 듀란 대신에 폴리스(The Police), 모던 러버스(Modern Lovers), 카스(The Cars),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와 같은 뮤지션으로 상정했다. 왜냐하면 이들은 지금 평가를 했을 때 당시 누구도 완벽하게 선점하지 못했던 음악적인 공백기를 나름대로 메꾸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장르의 양식적인 특징은 70년대의 전형적인 클래식 록과 같이 블루스에 기반을 둔 일면 무거운 느낌까지도 주는 고 난이도의 연주 지향으로부터 탈피하였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음악 유형은 3가지로 축약할 수 있는데, 이는 대표 음반 소개 시 이야기하겠다.

(위의 뮤지션들을 이 장르의 대표로 선정했을 때) 이 계역에는 뛰어는 용모를 갖춘 뮤지션들이 별로 없었다. 이는 펑크를 대체하였던(시간적으로 펑크 이후에 나왔다는 의미와 함께 펑크가 갖는 매력적인 반골 기질 등에는 비록 호감을 갖더라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이에 동참하기를 주저했던 어쩔 수 없는 소시민들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었던 음악이라는 점에서) 뉴 웨이브가 펑크가 갖는 본질적인 특성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뉴 웨이브 뮤지션들은 보는 사람에게 심정적인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 펑크 뮤지션들의 복장 위에 깨끗한 재킷을 걸치고, 찢어지지 않은 바지로 바꿔 입고, 정상적인 구두를 신었다(왜냐하면 이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루한 일상에서 일탈하고 싶은 욕구가 기본적으로 내면에 존재하는 사람들이지만 음반을 살 수 있는 돈을 버는 사람들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낮'에는 기존 체제에 어쩔 수 없이 적응하고, 직장에서 퇴근한 이후의 '밤'에만 일탈을 꿈꿀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날 밤은 망가지더라도 다음날 지루하게 작렬하는 해가 또 다시 떠오른다는 엄연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망가질 수 있는 한계는 다음날 정상적으로 출근할 수 있는 정도까지이다. 비극적이지만 이는 극명한 사실이고 아무도 이를 얘기하지 않더라도 모두 알고있다). 하지만 뉴 웨이브 뮤지션들의 속내의에는 아직 펑크 뮤지션들의 고통스런 자해로 얼룩진 핏자국과 쾌락과 절망을 동시에 추구했던 상태에서 촉매제로 사용한 약물의 사약한 점유로 생긴 누런 더껑이가 지워지지 않는(또는 지우고 싶지 않은) 혈흔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머리 모양은 귀를 덮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길렀고, 올백 상태인 뮤지션도 있었다. 전형적인 일터의 두발 상태와 복장이다.

TEXT | 박준흠

..1969년 우드스탁 페스티벌과 알타몬트의 악몽을 기점으로 거리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미국의 젊은이들은 사회 변혁을 외치는 거리의 '운동 가요'로서도 한 때 그 기능을 했던 폭발적인 하드 록, 블루스 록, 싸이키델릭 록을 듣는 대신 그 동안의 자신들의 행적을 곱씹고 차분히 정리하기 위하여 조용한 노래(제임스 테일러의 <Fire And Rain>과 같은 곡, 이 당시 달라진 사회적인 분위기를 회고하는 시드니 루멧 감독, 리버 피닉스 주연의 영화 '허공에의 질주(Running On Empty)'에서도 주요 테마 곡으로 이 곡 이 쓰였다)를 듣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대 상황을 담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노래하려했던 60년대 성향의 곡들은 점점 더 희소성을 갖기 시작한다. 이전에 '진보'라는게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수' 세력이 발언권을 확대하는 시대가 된 것은 확실했다. 헤비메틀은 70년대 초반 생성 시 60년대 우드스탁 세대를 특징짓는 자세와 가치를 내포했다. 외형적인 면에서 블루진, 마리화나, 긴 머리를 수용했고, 내용적인 면에서는 사회적인 권위를 무시하는 음악이었다. 하지만 70년대 클래식 록이 그랬던 것처럼 헤비메틀은 가사보다는 (특히 라이브에서 보여지는) 연주에 천착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뮤지션의 외양과 연주 양식으로만 주로 얘기되는 장르가 되었고, 80년대를 빛낸 록의 메인스트림 장르였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적인 관능성과 사운드의 폭발성'만이 거론되는 장르가 되었다. 물론 메탈리카를 시작으로 하는 스래쉬 메틀의 전통을 가진 밴드들은 다르지만.

하드 록에서 진화한 헤비 메틀은 그 연주 양식 면에서 하드 록과의 차이점을 갖고 있었다. 하드 록이 베이스 리프의 기본 위에 기타와 보컬의 연주가 이루어지는 데 반해(크림의 <Sunshine Of Your Love>, 레드 제플린의 <Dazed And Confused>등) 헤비메틀은 베이스 리프에서 기타 리프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이로써 리듬 배킹을 하는 리듬 기타와 솔로 애들립에 치중하는 리드기타의 개념이 확실히 정해진다. 그리고 하드록은 기타리프 진행에 있어서도 블랙 사바스의 <Paranoid>, 딥 퍼플의 <Smoke On The Water>에서와 같이 싱글 노트 진행을 주로한다. 영향받은 음악 장르를 보면 하드 록에서 블루스와 포크의 영향이 어느정도 감지되는 데 반해 헤비메틀은 여기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장르이다.

헤비메틀 뮤지션, 매니아의 외양적인 공통점으로는 머리를 길게 기른다는 것이다. 이는 헤비메틀이 60년대 사회 변혁기 음악이 가진 특징으로부터 출발한 점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도 공연장에서 헤비메틀의 격렬한 리듬에 맞추어서 헤드뱅잉할 때 가장 화려하게 보인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리고 심적으로는 사회적인 가치 기준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마음가짐의 표출이며, '헤비메틀 공동체' 일원임을 나타내는 신분증과도 같은 것이다. 패션상의 특징은 전체적으로 음악에 따라서 3가지로 분류할 수 있고, 이는 대표 음반 소개시 이야기하겠다. 그러나 전체적인 색조는 검은 색과 붉은 색이 주조를 이루는데, 이는 불길함, 위협, 혼란, 그로테스크함 등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