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씬, 인디 레이블과 궤를 같이 해 온 뮤지션들 중 앞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뮤지션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배드 테이스트(Bad Taste)는 95년에 하이텔 언더그라운드 뮤직 동호회의 시삽이었던 원종우가 만든 원맨밴드이다(사실은 음반 발표 전까지 지금 2인조 밴드 슈거케인과 1인 테크노 밴드 카사브랑카에서 활동하는 조원희가 같이 음악 작업을 하였다. 데뷔 음반에서 <모두>, <노르웨이의 숲>, <내버려 둬>, <해 아래 새 것은 없어>, <Peanut>는 그가 가사를 썼다). 이 음반의 성과는 독립 음악 계열에서 독립 음반의 새장을 열었다는 것이다. 배드 테이스트가 음악 작업을 시작할 당시는 국내에서 얼터너티브 록이 발흥을 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기타 팝을 하려고도 하였지만 연주자로서 욕심이 있었던 원종우의 의도대로 연주 중심의 음악을 만들었다.

Bad Taste 1집 : 1995 / BMG
원종우(all inst.) 조원희(가사)





언니네 이발관은 이석원(보컬, 기타)이 95년 2월에 결성한 밴드이다. 그는 94년 이미 ‘전영혁의 음악 세계’에 출연하여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를 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한 후, 꼭 1년만에 모던 록 소모임을 결성하고, 다시 그 프로에 나가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를 선보였다. 초기 멤버였던 정대욱(기타)은 방송에서 미리 발표(?)되었던 <Funny Afternoon>을 듣고 가입하였고, 그들은 홍대 근처 클럽 드럭에서 첫 라이브를 가졌다. 97년에 발표된 이들의 데뷔 음반은 의외로 좋은 결과물들을 담고 있었다. <푸훗>, <보여줄 순 없겠지>, <쥐는 너야>, <생일 기분>, <산책 끝 추격전>, <우스운 오후>등에서 보여준 여린 감성은 신선했고, 산울림의 데뷔 음반이 생각날 만큼 독자성이 있었다.

비둘기는 하늘의 쥐 : 1997 / 석기시대 / 킹레코드
이석원(v, g), 류기덕(b), 유철상(d), 정대욱(g)




Smells Like Nirvana 는 너바나 트리뷰트 음반이다. 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대표격이자 90년대 젊음의 아이콘이었던 커트 코베인의 음악은 전지구적인 파급력이 있었다. 그에게 영향받은 국내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개성을 담아

서 만든 음반이고, 여기서는 배드 보이 서클의 <Polly>, 배드 테이스트의 <Smells Like Teen Sprit>, 코코어의 <Spank Thru>가 돋보였다. 그리고 노 브레인의 <Lithium>은 필청곡이다.

Smells Like Nirvana : 1997 / 서울음반
위퍼, 크라잉 넛, 배드 보이스 서클, 배드 테이스트, 레이니 선, 노 브레인, 코코어, 언니네이발관, 허벅지 밴드, 갈매기

훠니 파우더(Funny Powder)는 김호준(기타), 이광규(드럼), 홍기섭(기타)이라는 자칭 외계인들이 97년에 만든 그룹이다. 지난 1월 발표한 그들의 첫 번째 싱글 For Hardcore Babies는 공중파를 이용하지 않고 지면과 인터넷, PC통신을 통한 홍보로만 음반을 판매하였다. 그리고 다시 외계인들의 지구 여행은 7월에 그들의 두번째 싱글 For Hardcore Ladies로 완수하였다. 첫 번째 싱글보다도 좀 더 하드해진 이번 음반에는 외계인들이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여행하며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을 그들의 시각으로 노래한 것이라고 하고, <지구 기행기(대한민국편)>, <Risk>, <배웅 1>, <배웅 2>등이 실렸다.

For Hardcore Babies : 1998/홀레코드/명음레코드
홍기섭(g), 김호준(g), 이광규(d)




For Hardcore Ladies : 1998 / 홀레코드
홍기섭(g), 김호준(g), 이광규(d)





청바지는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영화에도 출연하고, 드라마에도 나오고, 퀴즈도 풀고, 사회도 보고, 코미디도 하는 스타들 사이에서 음악밖에 모르고, 춤도 못 추고, 연기도 못하고, 웃길줄도 모르는 우리가 데뷔를 하네”라는 <데뷔>를 담은 1집을 98년에 발표하였다. 이는 청바지가 현재 우리 음악계를 시니컬한 시선으로 보는 그들의 자기 고백서이다. 푸른 여로, 쿠테타 출신의 안준희(기타, 보컬), 파이오니아, 활화산, 크렉 출신의 현우철(베이스), 김병민(드럼, 음반에서는 코러스만 담당했고 드럼은 미디사운드임)으로 구성된 청바지는 정식 배급망을 타기 전에는 통신 홍보에만 의존하던 그룹이었다. 안준희의 자기 고백적인 사변이 담긴 이 음반에는 “오늘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생각조차 힘든 고통에 눈물을 흘리고 살아갈까? 난 이 밤 홀로 앉아 음악만 따분한 듯 듣고 있는데”라는 명곡 <사람들>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