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홍대 근처에서 펑크 록 클럽 ‘드럭’이 생긴 이래 지금은 신촌 일대에 어느 정도 클럽 문화가 정착된 상황이다. 물론 아직도 클럽 문화의 지형도가 명확하게 그려진 것은 아니지만, 이는 시간이 필요한 일이고 어떤 상태가 가장 바람직할 지는 아직 두고 볼 일이다. 록 클럽, 클럽 밴드,인디 레이블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불가분의 관계라서 이미 인디 레이블에서의 음반 제작은 예견된 일이었고, 그 출발점이 96년 드럭에서 자가 제작한 Our Nation이었다. 이후 97년 클럽 재머스에서는 록 닭의 울음소리가 출반되었고, 98년에는 드럭에서 Our Nation 2, 클럽 롤링 스톤즈에서 Restoration 그리고 클럽 하드코어에서 클럽 하드코어, 아싸 오방 첫 앨범이 나왔다.

드럭(Drug)은 94년 이석문씨가 개장한 국내 최초의 펑크 록 클럽이다. 95년 홍대앞 주차장 지역에서 가진 ‘스트리트 펑크쇼’에 드럭 소속 밴드들인 크라잉 넛, 옐로우 키친, 벤치, 레지스터, 갈매기가 출연하면서 드럭은 한국 펑크 록의 메카로 불렸고, 이후 많은 펑크 록 지망(?) 뮤지션들이 드럭을 찾게되었다. 이석문씨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초기 한국 펑크 록의 상징적인 인물로써 인구에 회자되었고, 많은 매체 인터뷰를 통해서 한국의 말콤 맥나렌(70년대 말 섹스 피스톨스의 매니저)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드럭에는 아직도 드럭 전속 밴드로써 충실하게 활동하고 있는 크라잉 넛이 활동하고 있고, 그들은 인디 레이블이기도 한 드럭에서 96년에 발표한 국내 최초의 펑크 록 음반은 Our Nation에 참여하였다. 이 음반은 옐로우 키친과 같이한 스플릿 음반이었고, 예의 조악한 음질로 ‘로우 파이’, ‘인디’의 개념을 잘 모르던 청자들에게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지만 자신의 음악을 거대 상업 자본의 논리에 휘둘림 당하지 않고 만들어낸 기념비적인 음반이자 새로운 생명이 담긴 ‘기운찬’ 앨범이었다. 이 음반에는 음반 발매 전 공연에서도 인기를 얻었던 크라잉 넛의 <말달리자>(16mm 단편 영화 ‘닥쳐’의 타이틀곡이기도 함), <엿장수 맘대로> 등이 실렸고, <펑크 걸>은 뛰

어난 트랙이다. 옐로우 키친은 이 앨범의 후반부에 <Grin>, <Under The People> 등을 실었고, 이후 그들은 최수환, 도순주 체제로 개편되었으며 97년에는 99과 스플릿 앨범을 만들었다(여운진은 박현준과 비행선에 참여하였고, 박현준은 현재 신윤철과 원더버드에서 활동). 97년에는 2기 드럭 밴드라고 할 수 있는 노 브레인, 위퍼가 참여한 Our Nation 2가 발매되었다. 클럽 씬에서 섹스 피스톨스의 <Anarchy In The U.K.>를 가장 제대로 부르는 ‘불대가리’ 이성우와 차세대 록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차승우(<낙엽따라 가버린 사람>을 부른 차중락의 아들)등으로 구성된 노 브레인은 <바다 사나이>(남지웅의 뮤직비디오로도 알려짐), <I Get Around>, <아름다운 세상>등을 수록하였고, 위퍼는 <Bang>, <I’m OK>등을 실었다. 98년에 크라잉 넛은 예전의 곡들과 <묘비명>, <갈매기>등을 섞어서 독집 음반을 발표하였는데, 이들은 블루지한 패턴의 연주도 선보임으로써 자신들의 음악적인 정체성을 고민한 흔적을 보여주었다. 5년여에 걸친 드럭 밴드들의 활동으로 인해 ‘드럭 공동체’라는 것이 형성되었지만, 노 브레인과 위퍼가 얼마 전에 이곳을 나옴으로써 사실상 이 ‘공동체’는 와해가 되었다. 이는 드럭을 포함한 홍대 클럽 씬에서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이 시점에서 클럽, 펑크 문화의 방향성이 다시 한번 생각되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크라잉 넛 : 이상면(g), 박운식(g, v), 한경록(b), 이상혁(d)  옐로우 키친 : 최수환(g, v), 도순주(g, v), 여운진(b), 최승훈(d)
Our Nation 1 : 1996 / 드럭

노 브레인 : 이성우(v), 차승우(g), 정재환(b), 황현성(d)  위퍼 : 이지형(g, v), 김정준(b), 심진수(d)
Our Nation 2 : 1997 / 드럭 / 금강기획

이상면(g), 박윤식(g, v), 한경록(b), 이상혁(d)
크라잉 넛 Crying Nut : 1998 / 드럭 / 디지털미디어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는 80년대 정통 하드록 밴드부터 90년대 하드코어 밴드까지 수용하는 클럽이다. 98년에 존 도우, 볼트, 힙 포켓, 그때 그놈등이 참여한 컴필레이션 음반 Restoration을 발표하였다.

마스터 플랜(Master Plan)은 97년에 개장하여 복합적인 문화 공간으로까지 역항르 하였던 ‘푸른굴 양식장’의 후신이다. 동명의 음악 감상 모임의 중추 세력들이 운영을 넘겨받으면서 이름도 현재의 이름으로 바꾼 이 클럽은 이 일대의 클럽들 중에서 가장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는 장소하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가리온 등의 힙합, 테크노 뮤지션들이 참여한 음반이 나올 예정에 있다.

스팽글(Spangle)은 모던 록의 메카라고 불릴만한 클럽이고, 이 일대 클럽들 중에서 가장 모던 록, 그런지 스타일의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장소이다. 현재 음반을 발표한 코코어, 허벅지, 허클베리 핀 등이 초기에 활동하던 장소이고, 데모만을 발표한 마이 앤트 메리, 코스모스, 러브마트 등이 활동한(하는) 주요한 장소이다. 마이 앤트 메리는 <큐비즘에 관한 언급>, <선데이 그리고 서울>등이 실린 데모 음반을 발표하기도 한 초기 클럽 씬에서 가장 호평받은 밴드 중의 하나였고(이들은 멤버들이 군대에 가는 바람에 해체가 되었다), 코스모스와 러브마트는 그들의 연주력에 관계없이 데모만으로 평가했을 때 음반을 발표하진 않은 최고의 밴드들이다. 특히 코스모스는 클럽 씬에서도 대하기 어려운 샬라탄스 스타일의 키보드 연주가 살랑거리는 음악을 하는 그룹이고, <Remember However>, <Oriental Boy>라는 명곡을 갖고 있다(6월달 서브 공연에서 보신 분들이 있겠지만 이들은 여기서 노이즈가든과 함께 가장 훌륭한 연주를 보여주었
다). 그리고 러브마트는 비록 라이브에서는 좋은 평을 받지는 못했지만 강아지 문화예술에서 녹음한 <향기>, <Close To You>등이 수록된 데모는 무척 훌륭한 음반이었다. 그 외 데모 앨범을 발표한 그룹으로는 글래스 퍼사드(<Greeting Feb.>등 수록), 은희의 노을(<화해> 등 수록), 모레인(<Lucky Strike>등 수록)등이 있다.
마이 앤트 메리 : 1997
정순용(v, g), 한진영(b), 이제윤(d)






코스모스 : 1998
김상혁(v, g, prog), 이원열(b), 양용준(key, prog)

코스모스
는 97년 7월에 김상혁을 중심으로 한영수(베이스)와 양용준, 박동훈(드럼) 네 멤버로 결성되었다(당시 한영수와 양용준은 현재 퓨어디지틀사일런스의 멤버인 홍철기, 이종욱과 함께 ‘많이 먹고 힘내라’라는 밴드에 소속되어 있었다. 김상혁은 이미 1년 가까이 코스모스라는 밴드를 준비해오고 있었고, 그가 그 동안 만든 곡들을 연습하고 새로운 곡들을 만들면서 11월경에 델리 스파이스의 공연 오프닝으로 클럽 마스터플랜에 등장하게 되었다. 클럽 마스터플랜과 클럽 스팽글에서의 공연을 통해 모던 록 계열 음악의 지지층으로부터 기대주로 주목되었던 코스모스는 멤버 교체를 맞이하게 되는데, 드러머 박동훈이 밴드를 떠나고, 베이시스트 한영수가 군입대를 하게 되면서, 모던록 소모임의 이원열이 새로운 베이시스트로 들어왔다. 키보드의 특색있는 선율을 기반으로 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실제 라이브에서 주로 샬라탄스나 라이드의 곡을 연주하기도 한다. 현재 양용준은 퓨어디지틀사일런스의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 음반에는 <Remember However>, <Oriental Boy>등이 수록되어 있다.

러브마트 : 1998
손재근(g), 한규철(g, v),
김규형(b), 박재석(d)

러브 마트는 멜로디 위주의 포크록을 하는 그룹으로 97년 5월 한규철과 김규형이 주축이 되어 결성되었다(이들은 각기 러브호텔과 허니 머스터드 출신이다). 이후 박재석이 가입하고 올해 초에는 서울 재즈 아카데미 출신의 손재근이 들어와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스피츠(Spitz)등의 일본 스위트 록(sweet rock) 스타일의 음악에 영향을 받은 그들은 올 초 <향기>, <녹색 헤어핀>, <Close To You>, <미안해>, <사랑의 차원> 5곡이 수록된 그들의 첫 번째 데모를 녹음하였다.

글래스 퍼사드 Puekaw : 1998
채서령(v, key), 성낙호(g, prog), 서성훈(g), 구옥재(b), 박현자(d)



은희의 노을 : 1998
박정준(g, prog), 김경탁(g, prog), 김종욱(v)

모레인 : 1998
허남준(g), 윤세호(v, g), 최진희(b), 장수웅(d)

재머스(Jammers)
는 드럭에 이어서 인디 레이블 등록을 한 클럽이고 97년에는 고스락, 청년단체, 아무밴드, 허벅지 밴드 등이 참여한 컴필레이션 음반 록 닭의 울음소리를 발표하였다. 롤링스톤즈와 함께 대표적인 하드 록, 하드코어 음악 중심의 클럽이고 이곳의 대표적인 밴드 고스락은 98년에 데뷔 앨범을 발표하였다. 이 음반은 <Funky Time>등 5곡이 담긴 싱글 형태였고, 훵키한 하드코어를 선보였다.

고스락, Hot Dog!, 재머스 밴드2, 청년단체, 아무밴드, 내귀에 도청장치, Ag Maya, 허벅지 밴드, 이초롱, L.O.R., Sound Design
록 닭의 울음소리 : 1997 / 재머스 / 한솔레코드
이경원(v), 정종혁(g), 이민우(g), 이종필(b), 박필진(d)
고스락 Get Up & Jump : 1998 / 재머스 / 금강기획
하드코어(Hardcore)는 럭스, 레이지 본 등 펑크록 밴드부터, 삼청교육대, 쇠파이프, 키취 등의 강력한 하드코어 밴드들이 공연하고 있다. 그리고 98년에는 컴필레이션 음반인 클럽 하드코어 아싸 오방 첫 앨범을 발표하였다.

클럽 하드코어, 아싸 오방 첫 앨범 : 1998 / 하드코어 / 인디
펑크 플로이드, 바세린, 불타는 화양리 쇼바를 올려라, 쇠 파이프, 키취, 삼청교육대

이 음반의 의미는 96년의 시작점 이후 현재 각개 약진 형식으로 진행되는 독립 음반 제작에서의 일정한 성과를 보여주었다는 데 있다. Our Nation 당시만 해도 왜 이런 음반이 나와야 되는지에 대한 인식조차가 부족했던 상황이었고, 독립 음반은 어쩔 수 없이 저예산으로 녹음되기 때문에 음질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갖고 있었다(만약 ‘로우 파이’를 지향한다면 음질은 다르게 논의되어야 하겠지만). 하지만 독립 음반은 메이저 음반 기획사의 횡포와 메이저 음반사의 유통망에서 자유로워지겠다는 것이 본래의 취지였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클럽 하드코어의 음반은 현재까지 가장 제대로 만들어진 독립음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참여밴드들은 클럽 하드코어에 주로 출연하는 밴드들로 신촌 지역에서는 어느 정도 지명도를 획득한 밴드들이다. 이중 스카 펑크를 하는 불타는 화양리 쇼바를 올려라의 <The Rain>은 격렬한 에너지를 멋진 멜로디에 쏟아 부은 명곡이고, 그외 펑크 플로이드 등도 좋은 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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