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 | 서브 9811 special text 스페셜 텍스트 | 델리스파이스&새로운경향들 - 한국 대중음악계에서의 얼터너티브 뮤지션들

독립음반사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에게 거대한 상업 논리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게 하고, 좀 더 자신의 스타일을 지킬 수 있는 음악을 하게 하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이는 어쩔 수 없이 상업성만을 생각하게끔 되어 있는 구조를 가진 메이저 음반사가 할 수 없는 일들이 이 독립 음반사에서는 가능함을 의미한다. 마이너 성향의 뮤지션에게 대중에 대한 유일한 창구일수 있는 독립 음반사는 그래서 반드시 이 땅에서 정착되어야 할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인디(Indie)는 드럭, 재머스에 이은 독립 음반사로 출발하였지만 앞의 두 음반사가 자신들의 클럽과 클럽 밴드들을 홍보하려는 이유로 출발하였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제한된 범위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인디는 국내 최초의 ‘인디 레이블’이라고 할 수가 있다. 10년간 사회운동단체에서 활동하다가 음악에 발을 들여놓은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뮤직 센터 21세기’가 만들어졌고, 이를 모체로 만들어진 인디는 “계약 기간은 1년이다, 손익분기점(3천장)을 넘기면 수익배분은 4 : 4 : 2(밴드 : 인디와 스튜디오 : 홍보비)로 한다. 밴드는 클럽 공연을 지속해야 한다. 인디가 망했을 때 인디를 인수한 사람의 의도가 애초의 인디의 의도와 맞지 않으면 음반의 판권은 밴드에게 간다”라는 음악 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권리를 주는 명문화된 계약 조건을 내걸었다. 인디 이전의 뮤직 센터 21세기에서는 투쟁적인이데올로기의 록을 하는 천지인, 메이데이, 이스크라의 음반을 출시하였고, 인디 음반 제작실장인 김종휘와 허벅지의 보컬 안이영노는 SM(실천하는 문화전사)답게 클럽 씬과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의 소식지인 팬진 공을 97년에 ‘폐간’하였다(이 잡지는 폐간호부터 만들어 나가기 시작 하였음). 그리고 이들은 96년 봄에 시작된 각기 다른 클럽에 섰던 밴드들이 한달에 한번씩 모여 릴레이로 공연을 벌였던 ‘땅 밑 달리기’의 주도한 중추 세력이기도 했다. 97년 10월 인디, 팬진 공, 개클련(개방적 클럽 연대)에 의해서 노노 클럽에서 열린 ‘인디 시연회’는 앞으로 인디에서 발매할 밴드들을 선정하는 자리였고, 여기서는 코코어, 프리다 칼로, 허벅지, 앤, 마루, 오딘, 삼청교육대, 아무 밴드가 선정되었다. 이 해 12월 27일, 28일에는 인디 주최로 정동 문화체육관에서 ‘인디 록 페스티벌(정축년 독립만세 사건)’이 열렸다. 그리고 현재 아무밴드만이 발매를 남겨놓은 이 시점에서 인디는 여태까지 작업 결과물에 대한 성과를 검토중이고, 자신들의 정체성과 향후 계획을 고민하고 있다. 인디 음반들은 사운드 랩 스튜디오에서 고종진 엔지니어가 레코딩/믹싱을 하였고, 앤, 오딘, 삼청교육대의 프로듀서는 서울 재즈 아카데미의 강사이기도 한 기타리스트 김성수가 하였다.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인디가 한 가장 큰 업적은 다들 생각에만 머문 ‘인디 레이블’을 현실화 시켜서 그들의 성과에 대한 논란 여부를 떠나서 뮤지션들에게 폭 넓은 활동에의 여지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물론 인디 출시 음반의 음악적인 완성도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라이브에서 보여준 밴드마다의 개성이 음반에서는 살아있지 못하고 비슷한 톤으로 녹음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톤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밴드들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밴드들의 본 모습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 프로듀서와 엔지니어의 책임도 크다. 이러한 문제는 인디보다 더욱 저예산으로 앨범을 만들지만 개성적인 스타일을 중시하는 카바레의 작업 결과물들과 인디 것들을 비교한다면 답이 나올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군가 해야할 일을 인디가 했다는 것이다.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이는 다음 사람이 개선

하면 될 문제이다. 머리로 완벽한 계획을 구상하는 것보다 가치있는 것은 일을 실제로 해낸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디가 변질되기 전까지는 그들에게 어떤 비난도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우리 대중음악계를 위해서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의미 있는 일들을 계속 해 나갔으면 한다. 그래야만 그나마 구조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다.

코코어 Odor : 1998 / 인디
이우성(v, g), 황명수(g), 김재권(b), 정용문(d)
코코어는 드럭 밴드인 버거 킹, 비트 헤드(아펑크 레이블 소속)출신의 이우성이 만든 밴드이다. 20여곡 이상의 자작곡을 가지고 줄곧 얼터너티브 록을 연주해온 그들은 라이브의 찰라를 중시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지 록의 느낌에 충실한 연주를 하는 그들은 <아무래도>, <Love Song>, <검은 새>등이 담긴 데뷔 음반을 인디를 통해 출시했고, 이 음반은 인디의 1호 음반이 되었다. 이 음반은 플랜저 이펙터를 사용하여 복고 사운드와 로우 하이드를 수용했고, <아무래도>등 녹음 면에서는 삼청교육대와 함께 가장 잘 된 녹음 상태를 보여준다. <Love Song>의 뮤직 비디오는 지금 서브의 객원기자로 호라동하는 김미영의 작품이다.

프리다칼로 자화상 : 1998 / 인디
김현(v), 문건식(g), 안근우(b), 이동욱(d), 송수아(key), 이민영(key)
프리다칼로는 멕시코 혁명 시대의 초현실주의 여류 화가(그녀는 사고로 척추 마비 상태로 삶을 고통스럽게 살았다)의 이름을 따서 만든 밴드이다. 멤버들은 예전에 헤비메틀 컴필레이션 앨범인 Friday Afternoon에도 참여한 적이 있는 10여년의 음악 경력을 가진 클럽 씬에서는 고참급 밴드이다. 블루지한 하드록을 지향하는 그들은 이 음반에 <천성>, <겨울나기>등을 수록하였다.

허벅지 허벅지댄스 : 1998 / 인디
안이영노(v), 악마야(g), 김상만(b), 김윤태(d), 강해진(violin)
그들은 우리 사회 록 씬의 주된 흐름을 거부한다는데 특히 록커의 상징처럼 굳어진 음악적 엄숙함, 테크닉 주의, 남성주의에 대해 지극히 회의적이라고 한다. 이 음반에서는 탈장르적이고 도발적인 음악을 추구하고 있고, 자신들의 말에 의하면 자신들의 음악은 코딕 록(cothic rock = comic + gothic)이라고 한다. 그들의 가사에서 다루고 있는 육체의 가학성과 자학성은 우리 사회의 오랜 파시즘적인 잔재인 획일성과 경직성을 전복하려는 수단의 일환이라고 하며, 연주에 있어서는 기타와 함께 바이올린이 주선율로 배치되어 스래쉬, 댄스, 발라드가 혼합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사도-마조히즘적인 취향을 드러내는 <허벅지>, <뜯어먹어 날>, <마담 사드>등이 수록되었다. 멤버인 강해진의 이름을 딴 강해진 팬클럽도 결성되었다.

앤 Skinny Ann’s Skinny Funky : 1998 / 인디
장현정(v), 최성훈(g, v), 강희찬(b), 이대우(d)
앤은 95년 겨울 부산에서 대학 초년생 4명이 만든 그룹이었고, 앤은 여자 이름으로 어떠한 선입견도 주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부산 출신 밴드로는 레이니 선과 함께 가장 유명하고, 하드 코어, 펑크, 훵크, 레게 등의 복합적인 장르가 음악에 녹아있다. 그들의 노래는 ‘자신의 끊임없이 변해가는 상태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고, 복잡 미묘한 리듬감에 녹아있는 하이브리드 록의 특성을 살려주고 있다. 97년 10월에 거행된 인디 시연회에서 가장 돋보이는 밴드였으나 녹음 상태는 전혀 기대에 못 미치는 대표적인 밴드인 것 같다. <오후의 냄새>, <햇살같이 살아봐!>, <Rain 28>등이 수록되었다.

마루 내가 배운 게 : 1998 / 인디
오상우(v), 넌(g), 정현도(b), 윤영식(d)
마루의 모체는 96년에 결성된 커프(Kcuf-‘fuck’의 알파벳 반대 배열)라는 ‘한국적인 우리만의 것’이라는 모토를 가진 밴드였다. 그리고 언더그라운드 클럽 가에서 활동을 벌이면서도 윤도현 밴드와의 교류를 통해서 오버그라운드에서 성공한 윤도현 밴드를 클럽 라이브에 소개를 하기도 하였다. 이는 그들이 갖고 있는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의 경계가 허물어져야만 한국 록의 희망을 바랄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에 대한 실천이기도 했다. 윤도현 밴드의 유병열(기타)이 디렉팅을 맡은 이 음반에는 <상실의 나라>, <너와 함께 있다면2>등이 수록되었다.

오딘 The Eyes Of Tremendous Sorrow : 1998 / 인디
김도수(v, g), 이분도(g), 문종수(b), 허지우(d)
‘저주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오딘은 멜로디 블랙 메틀 밴드이다. 새드 레전드가 국악의 음계를 자신들의 음악에 도입했다면 오딘은 국악기(해금 등)를 직접 연주에 도입을 한 최초의 밴드이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음악적인 방법론은 멜로디를 블랙 메틀 음악 전면에 배치하여 화려하면서도 처절한 선율로 승부를 거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인의 한이라고 할 수 있는 가슴 깊은 곳의 애절함과 처절함에서 우러나오는 너무도 슬픈 울림으로서의 멜로디다”라고 한다.

삼청교육대 1집 : 1998 / 인디
이보람(v, b), 이보현(g), 유한주(d)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크러스트 코어(crust core)라고 부르는데, 이는 펑크와 하드코어의 매니아적인 요소들을 결합시킨 음악이라고 한다. 97년에 ‘코리언 펑크/하드코어 컴필레이션’인 Here We Stand를 만들기도 한 이보람을 중심으로 결성된 삼청교육대는 1-2분 내외의 20곡이 수록된 데뷔 음반에서 펑크의 에토스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음악을 선보였다. <프로 박테리아>, <씨.I.A.>, <개싸가지>, <Fucked Up The System>등이 수록된 이 음반은 인디에서 나온 음반들 중 가장 밴드의 개성이 충실하게 살아난 앨범이다. 이는 이보람의 확고한 음악적인 신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는 “이 음반의 녹음상태가 너무 좋은 것 같다”는 걱정을 하였다.

천지인 이집 : 뮤직센터 21세기 / 인디
그들의 두번째 음반으로 <청계천 8가>, <날 그냥 내버려둬>, <검문>등이 실렸다.

메이데이 Ballade For The Living : 1996 / 뮤직센터 21세기 / 인디
박병진(v), 고명원(g), 박태희(b), 김종관(b), 문경남(key), 이소라(key), 임수진(key), 김진원(d), 송성현(d)
메이데이는 ‘노동자의 날’이고, 정통 메틀 밴드이다. <전선은 있다>, <동지에게>등이 수록 되었고, 유병열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이스크라 반란을 꿈꾸는가 : 1996 / 뮤직센터 21세기 / 인디
문병철(v), 김국현(g), 문형우(b), 고경천(key), 박달준(d)
이스크라(Iskra)는 러시아 혁명기 때 발행되었던 지하 신문의 이름이다. <반란을 꿈꾸는가>, <적과 친구>, <붓을 꺾어>, <인간에 대한 예의>등이 수록되었다. 현재 고경천은 황신혜 밴드의 멤버로 있다.

노동가요 베스트 13 : 1998 / 인디
꽃다지 가창팀, 안치환, 김영남, 류금신, 꽃다지 연주팀
80년대 현장에서 애창되던 노래들을 다시 녹음한 모음집이다. 작자 미상의 <불나비>는 류금선이 불렀고, <동지들 앞에 나의 삶은>은 안치환이 불렀다. <강철은 따로 없다>는 박노해의 작품이고, <민중의 노래>는 김호철이 만들었다. 한 때는 강철 같은 의지를 다지기 위하여 <새로운 선택> 같은 노래를 들은 적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강아지 문화예술은 5명의 고등학교 동창생들(권병준, 이한별, 이효찬 등)이 자신들의 밴드인 강아지 독집 음반을 준비하다가 97년에 만든 인디 레이블이다. ‘인디’와 다른 점은 뮤지션들이 만든 음반사라는 점이고, 그로 인해 자신들이 직접 음반 제작(레코딩, 믹싱, 마스터링)에 참여함으로써 느낌에 충실한 음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러브 마트의 데모 음반이나 허클베리 핀, 갱톨릭의 음반을 들어보면 알 수 있는데, 특히 갱톨릭의 데뷔 음반은 완성도면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는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주위에서 도움을 주는 뮤지션들(99의 성기완, 노클루의 송현주, 도현호 등)이 강아지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초기에는 방송 홍보 자체를 거부할 정도로 자존심이 강했던 그들은 앞으로 우리 대중음악계에서 독자성도 있으면서 완성도 높은 음반을 내놓을 가능성이 아주 풍부한 집단이다. 그들은 최종적으로 영상, 인터넷 방송 등 총체적인 문화 사업을 꾀하고 있으며, 기존 시장에서 음반화되기 힘든 밴드들의 음악도 팬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클루 1집 : 1997 / 다음 / KM뮤직
도현호(v), 송현주(g), 김현종(b), 이철희(d)
노 클루는 R.E.M.에서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쉰까지를 소화해낼 수 있는 밴드이다. 라이브에서도 자신들 곡들과 함께 이들 곡을 카피하곤 하였었다. 송현주는 강아지 스튜디오에서 갱톨릭 데뷔 음반의 믹싱과 마스터링을 하였고, 도현호는 허클베리 핀의 레코딩과 믹싱을 담당하였다. 김현종과 이철희는 세션 연주자로 김광석, 황신혜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 사운드 등의 음반에 참여하였다. 이들의 데뷔 음반에는 <사회에의 위

협>, <미나에에서>, <거짓말>등이 수록되었다.

One Day Tour : 1997 / 강아지문화예술
최희경, 갱톨릭, 성기완, 강아지, 옐로우 키친, 배드 테이스트, 박현준, 민경현, 아스트로 노이즈
강아지에서 나온 첫 번째 음반이다. 갱톨릭의 갱스터 랩 <변기 속의 세상>부터 아스트로 노이즈의 노이즈 <The World (Is Smattering Of Greek)>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혼재되어 있어 이후 강아지의 행보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이 음반에서 역시 가장 돋보였던 것은 갱톨릭이 국내에서 제대로 선보인 갱스터 랩이었는데, 진득한 힙합의 기운이 실린 상태에서 내뱉는 랩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뮤지션의 것이었다. 이후 이 음반에 실린 뮤지션들의 독집이 출시되기 시작하였다.

99/옐로우 키친 : 1977 / 강아지 문화 예술
99 : 성기완(g, v), 권병준(g), 박현준(b), 손경호(d)
옐로우 키친 : 최수환(g, v, prog), 도순주(g, v, prog)
프로젝트 밴드 99와 슈게이징 밴드 옐로우 키친과의 스플릿 앨범이다. 성기완을 제외한 99의 세 멤버는 현재 신윤철과 원더버드를 결성하였고(박현준은 원더버드 이전에 예전 옐로우 키친의 멤버인 여운진과 잠시 비행선에서 활동하였다), 성기완은 민경현 등과 계속 99에서 음악을 하고 있다. 이

음반에서 99은 <토요일 밤의 열기>, <일요일>등을 통해 거칠고 투박한 기타 연주 위주의 록을 하고 있고, 드럭 1기 밴드이기도 한 옐로우 키친은 처음 4인조에서 지금의 2인조 체제로 개편되어 <Sweet>, <Down On The Yogurt Island>등의 수록곡에서 샘플링을 주로 하는 형태의 몽환적인 음악을 하고 있다.

러브러브(O.S.T.) : 1998 / 강아지 문화 예술
고구마, 성기완, 이한별, 박용준, 옐로우 키친, 비행선
박철수 감독의 영화 ‘301 302’의 시나리오 작가인 이서군 감독의 영화 ‘러브러브(Rub Love)’의 사운드트랙 앨범이다. 안재욱과 이지은 주연의 이 영화는 최연소 여자 감독의 작품이라는 화제를 불러 일으켰지만 작품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이 음반은 강아지에 관계하는 뮤지션들이 참여하였고, 고구마의 <Tango For Rub Love>, 성기완, 이한별의 <Great Ass>, 옐로우 키친의 <Maryo The Frog>등이 실렸다. 특히 앨범에서의 압권은 비행선(박현준, 여운진, 우용욱)의 <사랑방 손님>과 <상수도>이었는데, 역시 관록의 뮤지션들답게 프로그래밍을 적절히 사용한 감각적인 연주가 돋보였다.

퓨어디지탈사일런스 Circumfluence : 1998 / 강아지문화예술
양용준(key, g, b), 정은주(d, key, v), 최준용(g, key), 홍철기(g, key)
통신 동호회를 통해서 활동하던 홍철기는 최준용과 아스트로 노이즈를 결성하여 One Day Tour에 <The World (Is Smattering Of Greek)>를 수록하였다. 이후 코스모스의 양용준과 정은주가 가입하여 퓨어 디지털사일런스가 결성되었다. 노이즈 친화적인 밴드에서 진화해 온 그들은 샘플링, 효과음, 루핑을 사용한 실험음악을 하고 있다. <Oceanview>, <See You Through You Eyes>, <Seeweed>등이 수록되었다.

허클베리 핀 18일의 수요일 : 1998 / 강아지 문화예술
이기용(g, b), 남상아(v, g), 김상우(d)
네이키드 런치 출신의 이기용과 코코어 출신의 김상우 그리고 폭발적인 보컬리스트 남상아가 만든 허클베리핀은 97년에 결성되었다. 베이시스트가 따로 없는 관계로 이기용이 베이스와 기타를 오갔으며 베이스가 없는 곡도 존재하게 되었다(공연 시 베이스는 세션으로). 올해 초 자가 제작 데모 테이프를 공연장에서 팔기도 한 그들은 초여름에 도현호와 권병준이 엔지니어를 맡은 데뷔 음반을 발표하였다. <첫번째 곡>, <갈가마귀>, <Work>등이 수록되었고, “목이 쉰 채로 온종일 짖던 외로운 개는 죽었지 / 붉은 고갯길 내려다 보던 구름들 / 강을 넘어서 어둠속으로 어둠이 되어서 숨는다 / ~ 우 절름발이의 꿈”이라고 나직이 노래하는 <HuckleBerry Finn>은 그들의 정서를 알 수 있는 필청곡이다. 이 음반부터 강아지는 본궤도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갱톨릭 A.R.I.C. : 1998 / 강아지문화예술
김도영(v, key), 임태형(v, key)
세션 : 이한별(key), 성기완(g, b, key), 이효찬(b), 강민경(key), 정애경(key), 권병준(g)
One Day Tour에서도 가장 돋보였던 이들은이 음반을 올해의 음반의 반열에 올려놓을 정도로 출중한 결과물들을 보여주었고, 자신들의 이름대로 “이것이 갱스터 랩이다”라는 것을 보여주었다(갱톨릭은 ‘갱스터 + 카톨릭’의 조어이다. 그리고 그들은 곡에 양념처럼 들어가는 랩을 반대한다고 한다). 이들이 시종일관 내뱉는 저음의 ‘분노의 랩’은 A4지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의 ‘간절한 주절거림’이었지만, 이 ‘세상에 대한 외침’은 그들이 택한 소통방식의 다른 이름일 수가 있다. 그래서 그들의 주절거림은 강력한 함성으로 들린다. 힙합의 운율에 실린 직설적인 랩은 그들이 일상, 사회, 가정에서 느낀 것들을 풀어나간 것이고, 그들이 얘기한 혁명(앨범 타이틀은 ‘Another Revolution Is Climbing’의 약자임)은 “앞으로 바로 잡아 나가야할 것들을 함께 하자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그들에게 공감을 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말대로 “아님 말고!” 송현주와 이한별이 엔지니어롳 kadugks dl 음반은 강아지 식구들이 역시 세션에 참여하였고,

<Gangtholic>, <내안의 혁명>, <변기 속 세상>, <Gangtholic Love>등이 수록되었다. 독립 음반의 성과를 보여주는 올해의 걸작 음반이다.

카바레는 90년대 초반부터 신촌 일대에서 활동하던 뮤지션인 이성문이 96년에 만든 저예산 독립 레이블이다. 조 쿨 출신으로 록큰롤에서 스래쉬 메틀까지 다양한 음악을 하려 했던 그는 독립 음반 녹음/제작에도 관심을 가져서 이를 시작하게 되었다. 카바레의 가장 큰 장점은 밴드들이 가진 스타일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메이저에서 이 밴드들의 스타일을 보고 자기네로 영입하게 하고 싶다고 한다(그러나 스타일을 바꾸지 않고 다듬는 수준일 경우만). 이것은 저예산의 열악한 상황에서 녹음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 아닐까 한다. 그 동안 몇몇 클럽 밴드들이 데모 음반을 여기서 녹음하였고, 98년에는 ‘지루박계의 젊은 거성’이자 ‘저질 원조’가 되고 싶은 볼빨간의 음반과 자신의 독집 음반을 출시하였다. 이성문은 서핑 음악을 하는 오르가즘 브라더스(절정 형제?)의 일원이기도 하다.

볼빨간 지루박 리믹스 쑈! : 1998 / 카바레
세션 : 볼빨간(v, prog), 이성문(prog)
볼 빨간은 모던 록 드러머를 꿈꾸었으나 실패하여 이도저도 못하고 방황하던 중 비슷한 처지의 레코딩 스튜디오(카바레)의 사장 이성문을 만나 그에게 전격 픽업되었다고 한다(이 얘기는 그의 노래 <동천각>에 나온다). 그리고 금번 자비로 자신의 앨범을 발매하기에 이르렀다. 음악의 성격은 지루박으로서 별다른 내용은 없다고 한다. 특별한 것이 있따면 볼 빨간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이박사’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는 것이고, 이는 이박사에 대한 재평가를 의미한다. 이 음반에는 그 유명한 <지루박 돌려요!>, <나는 육체의 환타지> 그리고 “그대는 가로로 풀어요. 나는 세로로 풀게요. (중략) 둘이서 풀어요, 사랑의 십자말 풀이. 혼자서는 안되요, 사랑의 십자말 풀이. 아싸~”라는 <사랑의 십자말 풀이>등이 실렸다.

이성문 이성문의 불만 : 1998 / 카바레
세션 : 이성문(v, g, b, d, har), 임정택(g), 최웅(d), 이성배(sax), 이은실(v)
이 음반은 녹음 면에서 현재 인디 레이블에서 나온 음반들하고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악기 하나마다의 개성적인 그리고 담백한 톤 감각이 돋보였다. 루 리드(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스텝파니 세이>와 바셀린의 <유 띵크 유 어 어맨>은 커버곡으로 실렸는데, 이는 “다른 사람의 곡을 커버하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언더그라운드씬에서 이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 전체 5곡 중에서 2곡이나 수록하였다. 이 음반은 나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곡을 누가 썼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그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Here We Stand : 1997
카바레 (녹음)
매드 커즌즈 디자이어, 위퍼, 노 브레인, 벤치, 크라잉 넛
현 삼청교육대의 이보람이 독자적인 루트로 외국의 인디 레이블을 뚫어 일본에서 제작된 ‘코리언 펑크/하드코어 컴필레이션’이다. 하지만 녹음은 카바레에서 하였고, 70년대 말의 영국 펑크록 씬의 분위기가 제대로 살아난 녹음면에서 평가할 수 있는 음반이다. 이보람이 그의 사촌들과 결성한 매드 커즌즈 디자이어의 <Fight The System>은 압권이고, 위퍼의 <Am I Wrong>도 좋았다.

라디오(Radio)는 랩 사운드 스튜디오 프로듀서 과정의 수강생들 중의 일부가 졸업 후 만든 집단이다.

A Pirate Radio : 1998 / 라디오
체리 필터, 단편 영화제, 미선이, 프러시안 블루
참여한 밴드로는 고대 재학 중 교내 스쿨 밴드를 모태로 하여 손상혁(d), 정우진(g), 연윤근(b), 조유진(v)으로 결성된 얼터너티브 록을 추구하는 체리 필터, 한양대 출신의 정통 블루스를 추구하는 테크니션인 김규화(g)의 솔로 프로젝트인 단편 영화제, 서울대 재학 중인 조윤석(g, v), 이준관(b), 김정현(d)으로 구성되어 모던 록을 추구하는 미선이, 정통 록을 추구하는 광주 지역의 대표적인 밴드로 박진덕(b), 박진규(g), 조근수(g), 이현섭(v), 김용희(d)로 구성된 프러시안 블루가 있다. 그리고 노 네임은 음반 녹음 중 막판에 참여하게 되었다.

스푼 Wake Up : 1998 / 라디오
김욱(v), 이성수(g), 한수연(b), 김미호(d)
크래쉬 3집에서 좋은 리프감의 기타 연주를 보여주었던 이성수와 코믹 메틀을 하였던 90년대 메틀계의 프로젝트 집단 멍키 헤드 1집에서 묵직한 보컬을 보여주었던 김욱은 이전부터 명성이 있었던 뮤지션이었다. 여기에 데스 메틀을 하는 사두 출신의 뛰어난 베이시스트 김광호(녹음은 대든 출신의 한수연이 함)와 침투구조등 여러 그룹에서 탄탄한 드럼 연주를 들려주었던 김미호가 가세함으로서 이들은 90년대 헤비메틀 그룹으로서의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

미선이 Drifting : 1998 / 라디오
조윤석(v, g, b, key), 김정현(d)
세션 : 최민수(b), 김정찬(v)
서울대 재학중인 이들은 97년 3월에

팀을 결성하였고, 학내의 컬리지 록 페스티벌로 데뷔를 하였다. 잔잔하면서도 진지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모던 록 밴드로 이번 음반에 <Sam>, <송시>, <두번째 세상>등을 수록하였다.

디플라워(DeFlower)는 라디오와 같이 98년에 세워진 인디 레이블이고, 주로 하드록과 헤비메틀 뮤지션들의 음악을 다룬다.

P.O.W. Powlsm : 1998 / 디플라워
김재인(v), 이승훈(g), 정성규(b), 김명식(d)
P.O.W. (Painting On The World)는 96년에 결성해서 올 2월 데뷔 음반 Powlsm을 발표하였다. <D-Letter>, <양성연애>, <The Bird>, <날 내버려둬>등 9곡이 수록되어 있고, <The Bird>는 커트 코베인 추모곡이다.

Deflower : 1998 / 디플라워
L.P.G., 칼파, 김재만, 이인호, 존 도우, 블랙 신드롬
블랙 신드롬 김재만(기타)의 프로듀싱으로 만든 이번 음반에는 인천의 정통 스래쉬 메틀 밴드 L.P.G.의 <Dreamer>, <Too Late For Tears>와 국내에 데스메틀을 처음 소개한 스컨드렐 출신의 블랙 캔들이 만든 블랙 메틀 밴드 칼파의 <Battle’s Eve>등이 수록되었다. 그리고 이 음반에서의 압권은 존 도우가 연주한 <Power Play>인데, 기타리스트 이호준의 연주는 전성기 당시의 에드워드 밴 헤일런의 연주를 연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