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대중음악은 대중문화와 유리되어 생각할 수가 없다. 그리고 대중음악계가 본격적으로 주류 씬과 비주류씬으로 양분되기 시작한 시점은 90년대 들어와서이다. 92년에 서태지가 데뷔한 이래로 재편된 댄스 뮤직 씬은 80년대의 따로 또 같이, 들국화, 어떤 날, 신촌 블루스 등이 그나마 일궈놓은 우리 대중음악의 토양을 일거에 뭉개버렸다. 그러면서 매체와 시장을 점령한 댄스 뮤직은 불행히도 누구도 달리 생각할 수 없는 주류 음악으로 자리잡았다. 주류 음악 씬에 대한 안티로써 작용하는 기능을 가진 클럽 씬, 인디 레이블 등은 그래서 우리가 소중이 가꾸어 주어야 하는 전복에 대한 가능성이고 자양분이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이 게릴라들이 우리가 원하는 ‘문화적인 다양한 토양’을 일궈낼 수 있는 가시적인 대안 세력이다. 물론 이들의 의도는 개인마다 다르고, 그것은 선의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투명성을 가질수도 있고 변질된 시커먼 욕심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이런 게릴라들 이외에 전복을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있다면 말해보시라! 없다면 제발 이들이 하는 일에 딴지를 걸지 말았으면 한다. 이 장의 서두 부분인 ‘90년대 문화론 : 90년대는 90년대를 알지 못한다”는 현재 팬진 공 편집인이자 인디 음반 제작실장인 김종휘씨가 맡아 주었다.

1. 기약없는 시대
너나 없이 ‘문화의 시대’를 갈구한 90년대라 그런지 씁쓸한 뒷맛도 유난스럽다. 뒤늦게 선고된 경제 파산(의 지루한 유예?)과 정신 공황(의 오래된 노출!)은 개인의 욕망이니 문화적 다양성이니 하는 90년대의 뜨겁던 관심마저 저만치 선 밖으로 내다버릴 기세다. 내수 시장의 기형적 확대와 문화 담론의 전례 없는 유행이 맞물려 만사가 문화로 달떴던 90년대의 말년 치곤 민망하기 짝이 없다. 급기야 대통령이 나서서 ‘총체적 개혁’의 일환으로 얼빠진 문화계 전반에 정치적 충격을 가한다는 설도 들리는데, 그런다고 문화에 대한 헛구역질이 멈출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문화 산업의 구조적 모순 등 원인이야 널렸겠지만, 문화 주체의 안이한 자세도 만만치는 않았지 싶다. 사회와의 부담스런 고리는 끊어 버린 채 오직 문화만을 탐닉하려든 얄팍한 발상들, 그조차 자신의 과거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투자없이 현재만을 향유하려는 탈역사성에 기댔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그토록 가뿐했던 문화가 있었을까? 이를테면 ‘불법’ 클럽만 해도 그것은 단지 식품위생법 시행령의 해프닝이 아니다. 이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권력의 익숙한 무시이자, 청년 문화의 자생에 대한 제도권의 완고한 거절이며, 시민의 향유권을 부정하는 민주주의의 후퇴이다. 여기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지루한 긴장과 무식한 충돌을 내화하지 못할 때 클럽이란 그저 밤업소에 지나지 않으며 지하의 낯선 미학도 한밤의 소란에 그칠 뿐이다. 이처럼 90년대는 과거에 빚진 해묵은 악성 채무 때문에 갈수록 속이 더부룩한 소화 불량의 연대기이다. 게다가 2천년대의 전야라는 모호한 퇴출 압력에 집착한 나머지 망각 외에는 자아 정체

성의 회복이 불가능해 보일만큼 지독한 분열증의 시대이다. 그리하여 이 ‘문화의 시대’에는 90년대’적’인 온갖 것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90년대를 기약하지 않는 아이러니로 가득차 있으니, 이야말로 가장 90년대다운 문화의 자화상이라 해도 식언이 아니다. 비유컨대 이 시대의 문화는 19세기의 유물과 20세기의 유언과 21세기의 유령이 다같이 어지럽게 불타고 있는 무의식의 소각장인데, 우리는 망연자실 그 오후의 굴뚝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2. 무의식과 의식
90년대가 자신에 대한 무의식에 충실했다는 혐의의 시선을 대중 음악계로 옮겨오면 어떨까? 뜸들일 필요 없이 아주 간명한 사실이 된다. 약 4천억원(95년도)을 헤아린다는 국내 음반 시장이 온통 유치원의 율동 시간에 맞추어 흥청대다 날새버린 시대가 90년대이며, 전례 없이 광범위한 속도전으로 선대의 음악적 성과물을 폐기 처분해버린 장본인 역시 90년대이기 때문이다. 물론 복권이다 헌정이다 철폐다 개방이다 하면서 ‘문화의 시대’에 걸맞는 꺼리들도 솔찮았다. 하지만 마주앉아 미담을 나누기도 전에 서둘러 치워버린 잔칫상처럼 입맛을 다시며 돌아서 보니 부자의 동네 인심도 아니고 단지 졸부의 생색내기에불과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헛헛한 발자취를 살펴보는 데 다음 몇가지를 상기하면 족할 것 같다. 먼저 민중가요로 불리운 한 시대의 저항의 기획이 조용히 소멸했다는 점이다. 이는 록을 둘러싸고 벌어진 뒤늦은 저항 논쟁에서 확인되듯이 사회 과학과 미적 취향의 화해하기 힘든 분열로 시작된 90년대가 무엇을 선택했는지 잘 보여준다. 다음은 90년대의 본론에 해당되는 것으로 이 시대의 스타산업을 종전과 다른 기반 위에 올려놓은 서태지 현상이다. 신보를 들고 나올 적마다 번번히 진보한 음악의 대명사로 군림한 그의 이름은 이제는 엔터테이너의 손자병법과 동의어로 기억된다. 단적으로 공중파 권력을 사랑하고 배신하고 다시 흥정하며 시장을 좌우하는 기술이 그의 음악을 압도하는 이 현상은 서태지에서 출발한 90년대의 대중음악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시기적으로도 맞물린 민중 가요의 쇠퇴와 서태지의 등장 이후 ‘댄스 국밥에 뽕 나물’의 표준 식단이 정착되고 그 물린 입맛조차 바꾸기 힘들게 되었을 때, 눈여겨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만큼 후미진 구석에서 작은 소동들이 일어난다. 인쇄 매체에서 유독 관심을 기울여준 소위 언더그라운드(이하 언더)의 재발견이 그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기운차게 일어설 것 같았던 이 언더는 그러나 주변의 기대와달리 후달리는 두 다리를 감당하지 못하 비칠대고 있다. 그러려니 하는 눈길과 달리 속끓이는 축에 속하는 나로서는 새롭게 부각된 언더가 실은 90년대의 무의식이 낳은 의식 도는 의식된 무의식에서 출발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해서 지금부터는 90년대의 언더라는 영토에 들어가서 그 흔들리는 내면 풍경을 돌아보고자 한다.

3. 피로한 욕망 - 클럽
숫자도 영향력도 일천한 클럽의 전국 현황에도 불구하고 그 20평 남짓한 공간이 90년대 하반기 내내 회자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그곳에서는 TV브라운관에서 금지된 모든 것들이 행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밀폐된 지하실이지만 굉음으로 몸부림으로 때로는 침묵으로 저마다의 자유를 만끽하며 ‘우리들만의 세상’을 구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클럽들은 주류 음악의 어거지에 지친 젊은 마니아들과 일부 인텔리들의 차별화된 해방구이자 상징이 될 수 있었다. 여기에 덧붙여 주류 문화의 대변자들조차 때때로 곁눈질을 해가며 염탐을 해야 하는 은밀한 모처가 되면서 유행 아닌 유행을 일으킨다. 그런 여러 가지 이유

로 인해 최소한 지금까지는 클럽의 옹호자들이 증가 추세에 있었다. 특히 군락지를 형성한 신촌, 홍대 거리는 건국 이래 최다의 록 밴드가 있다는 농이 나돌만큼 수많은 예비 뮤지션들의 메카가 되었고, 더러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관광객’까지 가세해 특수 붐을 타기도 했다.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초기의 펑크 씬 일변도에서 메틀 씬의 복귀는 물론 테크노와 힙합의 등장등 전체적으로 음악적 균형을 잡아 나가며 정착의 기운이 엿보이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묵직한 브레이크에 걸린 듯 침체의 늪에 빠지기 시작한다. 불법의 올가미때문일까, IMF 체제로 위축된 경기 탓일까, 시장이 워낙 작아서일까, 거품이 빠졌기때문일까, 왜 그럴까 궁리해 보지만 실은 그 모든 것이 다 원인이어서 고개는 계속 갸
우뚱댄다. 아무래도 시선을 내부로 돌려야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클럽이 음악의 저수지가 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스스로전문화, 차별화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하나의 클럽이 레이블도 하고 프로모션도 하고 밴드까지 소유한다면 과욕이 아닐까? 하나의 클럽에서 펑크도 하고 테크노도 하고 재즈도 하는 백화점을 차린다면 과부하가 아닐까? 또한 출연진 페이나 공연 스케줄에 대한 운영의 룰을 공유하고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공동의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소소한 경쟁을 넘어 연대를 모색하지 못한다면 대자본의 유입과 함께 기존의 클럽은 변방의 변방으로 밀려나게 되지 않을까? 요컨대 클럽은 클럽으로 남기 위한 비젼을 가지고 한 길을 파야 한다. 피로한 욕망은 클럽에 거는 소중한 꿈들을 소진시킬 뿐이다.

도를 훼손받지않고 자유롭게 음악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로, 클럽은 자신이 형성한 음악적 결실의 유실을 막고 더욱 대중화된 형태의 환원을 꾀하겠다는 일환으로, 기획자는 스스로 판단한 틈새 시장의 재생산과 확장을 위한 비즈니스로 각각 인디 레이블의 탄생에 참여한다. 그 절박한 공모가 극에 달했는지 올해에는 신생 음반사의 태반이 인디 레이블일 정도로 붐을 이루었다. 그러나 설계 도면도 섬세하지 못한 차에 조립까지 급하면 작동에 이런저런 이상이 생기기 마련이다. 먼저 인디 레이블에 대한 인식의 혼란을 지적하고 싶다. ‘싸게 만든다’와 ‘잘 만든다’의 행복한 만남이 아직 드물기 때문인지 초기에는 인디 레이블을 저예산 막가파 제작으로만 오해하는 경향이 있었다. 머잖아 그 정반대의 오해도 등장했는데 ‘잘만든다’의 기준을 오리지널리티가 아닌 사운드의 향상(실은 모방에 가까운!)에서만 찾으려는 경향이다. 이러다보니 인디 레이블을 통해 데뷔하는 뮤지션이 자신의 장점은 무엇이며 레코딩의 초점은 어디에 둘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또 그 결과가 인디 음반에 흔적으로 남아 발매되고 있는 상황이다.그래서 사운드는 죽인다고 하는데 그게 왜 인디 음반이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이른바 사운드의 정치학이 오리무중에 빠지는 불행한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프로덕션의 선택이 더 분명해져야 한다. 이보다 더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문제는 프로모션의 현실적인 함정에 있다. 외국 처럼 대학 또는 지방 방송이 인디 미디어로 분화되어 언더 나름의 커넥션을 형성한 경우와 달리 홍보라 할만한 독자적 통로가 부족한 국내에서는 언어가 다른 두 세계가 너무나 종종 일직선에서 마주친다. 해서 뜬 다음에 보자는 노선이 설득력을 가지곤 하는데, 지금껏 뜬 다음에 자기 식대로 돌아온 사례가 없는걸 보면 프로모션의 세계가 얼마나 끔찍한 이데올로기의 영역인가를 몰라도 한참을 모르는 소리다. 이점에서 인디’식’ 프로모션을 찾는 이에게 수절과 편승은 간발의 차이가 아니라 여전히 지옥과 천당처럼 상극의 기로이다. 그 사이의 중용이란 갓난 어린애에게 3차 함수를 풀라고 하는 일만큼 난해한 짓이다. 역시 어려운 선택의 문제이다.

5. 땅밑을 달리며
90년대의 끝을 달리면서 인디 레이블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혹자의 말대로 클럽 수용자층이 고작 1만여명 미만이고 인디 레이블의 시장 점유율이 1% 안팎에 불과하다 치더라도. 이곳의 대중음악계를 통틀어 그것 말고는 달리 희망이니 절망이니 말할 구석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지극히 작은 비중이지만 클럽이 잘 되고 인디 레이블이 제자리를 잡는 길만이 뒤틀릴대로 뒤틀린 이곳의 대중음

악을 한뼘이라도 바로 펴는 거의 유일한 출발점이 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90년대의 막바지에 클럽이 생겨나고 인디 레이블이 등장한 것은, 그리고 그에 따른 소동과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연하건대 이제는 TV브라운관의 노예로 전락한 청년 문화의 해방을 촉구하는 공간으로서 클럽을 찾아야 한다. 전쟁 직후 아직 공중파가 없던 때에 등장한 음악 다방이나 감상실은 젊은이의 음악과 감수성은 물론 그들을 하나의 세대로 형성하는 자생의 터전이었다. 또한 공중파 발사 이후에도 아마추어 통기타 가수들이 출연하는 학사주점이 그랬으며, 극단적인 대치의 시절인 80년대에는 투쟁의 언어를 빌어 대학 캠퍼스를 문화적 해방구로 점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체의 문화를 방안의 TV 수상기 앞에 ‘헤쳐 모여’시킨 90년대의 청년 문화는 여의도 옥상에서 발사하는 투사물이 되고 말았다. 바로 여기에서 클럽의 문화적 가능성을 찾고 싶은 것이다. 청년 문화가 공중파 TV에 대한 대흥 능력을 기르고 자생성을 되찾기까지 클럽이 독자적인 영토의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면, 인디 레이블은 그 영토의 시간을 기록해서 변방의 경계선을 넘어서는 젊은 세대의 표현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비록 그 같은 상이 아직은 저 너머의 오아시스처럼 아득하기만 해서 숨을 쉬기에도 벅차지만, ‘참을 수 없는 욕망의 가벼움’은 항시 코 앞에서 나를 유혹해 한발한발 앞으로 이끌어가는 법이다. 진정한 예술은 항시 예술 너머에 있듯이 지하의 클럽과 인디 레이블 역시 그러하리라 믿는다. 마찬가지로 90년대의 땅밑도 그 내일은 90년대 너머를 기약하고 있을 것이다.

6. 에필로그
딴따라 세계에서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선배가 묻는다. 왜 그짓(클럽 들락대고 인디 레이블 하는 것)을 하느냐고. 처음엔 좋아서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얼마나 멍청한 소리로 들렸을까 싶어서. 또 묻는다. 해묵은 이분법을 아직도 안 버렸냐고. 처음엔 버린 지 오래라고 말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몸으로 부딪히는 현실은 그게 아닌데 왜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될까 쪽팔려 하면서. 정말 지겹게 묻는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처음엔 다 살게 되겠죠, 라고 말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당신 때문에 먹고 살기 힘들다고 말하지 못한 것을. 이 정도 말이 오고가면 서로 냉소와 분을 누른 채 히죽히죽 웃어가며 술잔을 비우다 헤어진다. 돌아오는 길에 레코드샵에 들려 인디 코너를 둘러 봤다. 좀 나갑니까? 뭐요? 이거요. 아, 예, 저는 아르바이트 학생이라서 잘 모르는데요. 신촌역에 내려서 집까지 오는 길에 클럽 두 군데를 들렸다. 주말이라서 꽉 찼나 싶어 고개를 길게 빼보니 윤도현 밴드의 공연이다. 다른 클럽에 갔더니 벌써 파장 분위기 같아 이상했다. 계단을 내려가니 아예 문이 닫혀 있다. 영업 정지란다. 담배를 사러 편의점에 들어갔다 밴드를 하는 어린 친구를 만났다. 어? 안녕하세요? 그래, 참 너네 거기 나왔다며? 아, 예 그냥 뭐. 어디 메이저랑 계약한다며? 아, 예 그냥 뭐. 방에 들어와 담배를 피다 아차 싶어서 대학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너냐? 예. 정했어? 그게 말이죠. 야! 거시기 부를 땐 몇백씩 쓰면서 다섯 밴드나 가는데, 정말 너무한 거 아니냐? 술김에 목소리만 커지고 전화의 감은 점점 멀어진다. 애들이 인지도 있는 팀을 원해서 말이죠, 저도 참. 야, 그게 말이지…. 그렇게 또 하루가 끝난다. 잠을 청하면서 생각에 잠긴다. 그래 땅 밑을 달리는게 그리 쉬우려구, 땅굴도 파지 못했는데 달리긴 어딜 달리겠어. 즐거운 기분으로 야금야금 파 나가야지, 내 한몸 들어갈 수 있게 파놓은 다음에는 누군가 들어오게끔 또 파야지, 둘이서 파면 속도가 붙겠지 뭐… 어쩌구 저쩌구. 이렇든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며 90년대는 90년대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한다. 단지 거대한 무의식의 세계에 들어앉아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끊임없이 나를 어디론가 밀어가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 어딘가에는 닿을 것이므로.

(김종휘 / 팬진 공 편집인, 인디 음반 제작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