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 | 서브 9811 special text 스페셜 텍스트 | 델리스파이스&새로운경향들 - 한국 대중음악계에서의 얼터너티브 뮤지션들

이들의 음악은 다르다. 이는 이들이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한다는(음악의 본질적인 차이) 것이 아니라 이들을 좋아하는 청자들의 계층과 자세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보는 사람들의 평이 분분한 것은 이들의 음악 하는 자세를 보는 시각차이 기인한 것이리라.

패닉은 이적(리드 보컬)과 김진표(랩)으로 구성된 듀엣으로 95년에 <아무도>, <달팽이>, <다시 처음부터 다시>, <왼손잡이>등이 실린 참신한 데뷔음반을 발표하였다. “내 머리를 잠궈줘 이제 나는 멈출 수가 없어 / 다시 돌아오기엔 너무 멀리 가버린 걸 알아”(<아무도>),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 진다고 / 나 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 모두가 똑 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 그런 눈으로 욕하지마. 난 아무 것도 망치지 않아 / 난 왼손잡이야” (<왼손잡이>)라는 ‘선언적인’ 노래들은 새로운 세계관을 가진 ‘아이’들이 드디어 대중음악계의 중심층으로 올라왔음을 예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서태지와는 다른 의미와 형태였고, 어쩌면 90년대 초반부터 문화 인텔리들이 ‘록스피릿’을 얘기하고 여기에 흥미를 느끼는 지점 이후의 현상적인 반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이적이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시 패닉을 만들었다는 이적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화제성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이런 부류(?)의 대중음악판의 주변 집단들이 그 중심으로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음을 말하고, 이는 ‘인식의 전환’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것일 수도 있다. 96년에는 <냄새>, <혀>, <벌레>, <mama>등이 수록된 그들의 비틀린 역작인 2집 밑을 발표하였다. 2집은 이 사회의 ‘냄새’나는 썩은 ‘밑’ 바닥을 헤집고 다닌 음반이었다. “이게 무슨 냄새야? 뭔가 썩고 있는데. 그게 뭔질 모르겠어. 너인지. 나의 폐인지. 혹은 그들의 충혈된 심장인지. (중략) 세상 밑에 춤추는 이 냄새가 우릴 병들게 해”(<냄새>), “벌레. 당신이 우릴 잘 다루는 솜씨가 마치. 세게 때려 놓고 살짝 쪼개는 당신은 미친 걸레. (중략) 이런 뻔뻔히 보이는 거짓말, 한 대 확 쳐버리고 싶지. 저런 냄새나는 것들을 우린 존경하는 ‘님’이라 부르고 무릎 꿇어야 하지”(<벌레>)에서 보여지는 제도권에 대한 적의 표출은 그 직설적인 표현으로 음반발표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일부에서는 상업적인 의도가 보인다는 식으로 작품성 자체를 폄하했지만 2집 이후로 1집으로 형성된 팬 층이 재편되었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상업적인 의도라고 하기 보다는 하고 싶은 얘기가 목구멍까지 차 오른 사람이 한꺼번에 이를 배출하려다보니까 강경한 어조를 택했다는 느낌이었다. <벌레>에서는 교사를 비록 ‘걸레’로 표현했지만, 그 직설적인 어법에만 분노할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들에게 기성 세대의 본질이 어떤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2집 이후 이적은 전람회 출신의 김동률과 97년 프로젝트 앨범 카니발(Carnival)을 발표하여 스탠다드 팝 전통에 대한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며 커다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김진표도 역시 97년에 국내 최초를 자부한다는 100% 랩 솔로 앨범 열외를 발표하여 한국어 랩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며 독립적인 뮤지션으로 우뚝 섰다. 박진영, 이소라등의 가수가 참여한 김진표의 이 음반은 랩 음반으로서는 초유인 15만장이라는 판매고를 기록

했다. 특히 이 부류의 뮤지션들이 만든 음반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었던 이 음반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강세일이라는 뮤지션이었다. 그는 이 음반에서 거의 전곡을 만들었을뿐만 아니라(<Fly>, <사랑해 그리고 생각해>등은 명곡이다) 프로듀싱, 레코딩, 믹싱, 세션에도 참여하였다. 98년에 패닉이 2년만에 들고 나온 3집 Sea Within(내 안의 바다)은 예전과 많이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자아 되돌아보기’가 이 앨범의 주제라고 하는데 이적은 김동률과 작업한 카니발에 안주하려는 것인지 예전에 그가 보여주었던 예리한 비판 의식과 자각 부분은 사라져 버렸다. 한상원 밴드의 일원인 정재일(베이스, 기타)과 이상민(드럼)이 기본적인 세션을 담당하고, 한상원(기타), 정원영(키보드)이 부분적으로 참여한 이 음반은 사실 특별히 돌출되는 곡이 별로 없다. 다만 브릿 팝 스타일의 <오기>와 도어스 적인 분위기의 <여행>이 한상원, 정원영의 세션으로 돋보인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적과 김진표는 분명히 역량 있는 뮤지션이므로 앞으로의 가능성을 배제할 이유는 없다.

이적(v, g, key, prog), 김진표(v) 세션 : 김효국(key), 박성진(g), 이재덕(v), 제레미 D 크라우즈(har)

Panic:1995/신촌뮤직/아세아레코드

이적(v, g, key, b), 김진표(v) 세션 : 김효국(key), 이승열(g), 방준석(g), 김세황(g), 박성진(g), 남궁연(d), 이태윤(b), 이훈석(b), 크리스 벤크스(b)

밑:1996/신촌뮤직

이적(v, g, b, key, prog), 김진표(v) 세션 : 정재일(b, g), 한상원(g), 신윤철(g), 이상민(d), 정원영(key)

Sea Within”1998/신촌뮤직

김진표(v) 세션 : 강세일(key, b, prog), 김광민(key), 정원영(key), 샘 리(g), 김병찬(b), 이정식(flute)

김진표 열외:1997/신촌뮤직/워너뮤직

전람회는 신해철의 디렉팅으로 94년 <기억의 습작>, <세상의 문앞에서>등이 수록된 데뷔 음반을 발표하였다. 정제된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노랫말들로 동세대의 젊은 가슴을 자극하려고 하였지만 과연 얼마만큼의 파장을 불러 일으켰는지는 모르겠다. 이는 ‘있어 보임’과 ‘있음’의 차이일 수도 있다. 보컬의 김동률은 97년에 패닉의 이적과 프로젝트 앨범 카니발을 발표하였고, 여기에는 <롤러코스터>, <그땐 그랬지>등이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이 음반은 넥스트 음반만큼이나 평이 분분하였다.

Exhibition:1994/대영에이브이/예진미디어

이적 + 김동률 카니발 : 1997/대영에이브이/예진미디어

세션: 이인(g), 김병찬(b), 조정범(d), 장경아(key), 이훈석(b), 이승열(g), 최훈(b), 장영규(b), 김홍집(key)

황보령 귀가 세 개 달린 곤양이:1998/난장/디지털미디어

당대에 같은 음악적인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뮤지션들과 같이 연대한다는 것은 해당 뮤지션들에게는 힘이 되어주는 요소이고, 서로간의 자극으로 자신들도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97년에 기획된 도시락 특공대에 참여한 뮤지션들은 이 시대에 자신의 존재 감을 서로 되물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뮤지션들이다. (김창완, 이상은, 삐삐 롱 스타킹, 강산에는 예전에 다루었던 관계로 따로 다루지 않겠다.)

황신혜 밴드<밥중독>, 황보령<외발 비둘기>, 김창완<그땐 좋았지>, 장영규<비누방울 혹성-날으는 코끼리를 업은 저명한 이안박사>, 원일<불>, 이상은<Hold Me>, 삐삐롱 스타킹<꽃 배달 위장강도>, 어어부<밭가는 돼지>, 강산에<코메디>, 즉흥 퍼포먼스 1, 2

도시락 특공대:1997/동아기획

황신혜 밴드<못생긴 내 얼굴>, 어어부 프로젝트 사운드<제비꽃>, 강아지<고통 없는 나라>, 델리 스파이스<오후만 있던 일요일>, 슈거케인<연극이 끝난뒤>

Rewind:1998/로드런너/킹레코드

황신혜밴드는 97년에 데뷔 음반을 발표하였고, ‘한국적인 펑크 록 밴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홍익대에서 미술을 전공한 김형태(기타, 보컬)와 건축을 전공한 조윤석(베이스, 보컬)은 홍대 근처 카페 ‘곰팡이’에서 처음 만났다. 둘 다 독특한 성향을 갖고 있었고, 이전부터 음악에도 뜻이 있었다. 김형태는 중학교 1학년때부터 대학가요제에 심취했고, 조윤석은 중학교때 공간사랑에서 본 강태환(색소폰)과 김대환(퍼커션)의 프리 재즈 콘서트에서 인생의 쇼크를 받았다고 한다. ‘까발겨진 상태, 대중과 평등한 상태’에서 작업을 하고 싶었던 그들은 이에 적절한 매체로 대중음악을 선택하였고, 그래서 황신혜 밴드가 시작되었다. 이들은 이 음반에 실린 <짬뽕>이라는 포복 절도할 노래로 대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록의 가벼움과 변종(다양성)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출시될 황신혜 밴드 2집에서는 열렬한 신중현의 팬인 날아라 곱창전골의 리더 하세가와(기타), 이스크라의 고경찬(키보드) 그리고 정민승(베이스), 박성재(드럼)가 세션에 참여하고 있다(조윤석은 작년 12월 산울림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탈퇴하였다). 원래 2집에서는 원 맨 밴드 형식의 테크노를 하려고 하였으나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여 3집에서 하려고 예정한 사이키델릭 록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키델릭 록에는 60년대 ? 80년대 중반의 신중현, 산울림을 위시한 한국 록 사운드가 녹아들 것이라고 한다. 도시락특공대에는 <밥중독>으로 참여하였다.

황보령은 90년대 초반 뉴욕에 있는 ‘Chase Bar’라는 클럽에서 노래하기 시작하였고, 귀국 후 96년 어어부 콘서트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신촌에 있는 클럽 ‘피어라 들꽃’, ‘빵’에서 기타 하나로 노래를 하였고, 홍익대학교 주최 거리 미술전(96/10), 연세대 학교 주최 ‘여성과 록’ 공연(96/11)등에 참여하였다. 평소 친한 뮤지션이었던 김윤아가 재적해 있는 자우림의 공연

게스트로 서기도 하였고, 이상은의 5집에는 자신의 곡인 <여름밤>을 주었다. 98년에는 데뷔 음반 귀가 세 개 달린 곤양이는을 발표하였는데, 그녀는 이번 음반의 성격을 ‘펑크노(펑크 + 테크노)’라고 말하였다. 이 음반에는 라이브에서 가장 많이 불려진 <예쁜이>가 담겨져 있고, 여기서는 ‘작은 곤양이’에 대한 얘기가 들려지고 있다. 특기할 점은 음악 프로듀서로서 그리고 세션 기타리스트로서 참여한 이인의 역할이고, 이상은과 김윤아가 코러스에 참여하였다. 도시락특공대에는 <외발 비둘기>로 참여하였다.

어어부, 장영규, 원일은 어어부 프로젝트 사운드의 멤버이다(원일은 현재 객원으로 참여하고 있음). 그들은 94년에 저자(본명 백현진, 1집 때까지 필명인 어어부로 불렸음. 어어부의 의미는 ‘고기잡는 사람 + 고기의 아버지’라는 뜻임), 장영규, 원일이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저자는 홍대 조소과 출신이고, 어어부 밴드의 음악 연출을 담당하는 장영규는 예전에 뉴웨이브 그룹 도마뱀에 있었다. 국악 뮤지션인 원일은 97년 1집에서만 정식으로 참여하였고, 2집 개, 럭키스타에서는 세션으로 참여하였다. 그리고 97년에 자신의 독집 아수라를 발표하였다. 96년의 2집은 여러모로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다. 97년의 데뷔 음반이 실험성만을 가졌다면, 이번 개, 럭키스타는 다양한 음악적인 실험과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고, 대중성도 갖고 있다. 특히 <불충분 조건>, <하수구>, <면도칼 계시록>은 뛰어난 록적인 감각도 보여준다. 유앤미 블루의 이인(방준석)의 기타 연주도 좋았고, <인스턴트 꿈>에서의 원일(피리)과의 합주는 훌륭했다. 그들의 이번 음반 수록곡의 대부분은 CBS를 제외한 전 방송국에서 금지곡으로 지정 받았다. 그래서 현재 방송 홍보는 힘든 상태이고, 대신 공연은 많이 하고 있다. 이 음반은 명백히 올해의 음반 중의 하나이다. 도시락특공대에는 <비누방울 혹성-날으는 코끼리를 업은 저명한 이안 박사>, <불>, <밭가는 돼지>로 참여하였다.

어어부 프로젝트 밴드 손익분기점:1997/동아기획

어어부 프로젝트 사운드 개, 럭키스타:1998/펌프/디지털미디어

세션 : 원일(징, 태평소, 장고, 피리, v), 이상은(v), 강산에(v)

원일 아수라:1997/삼성뮤직

back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