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 | 서브 9903 coverstory 커버스토리

수 없으며 정작 여성은 없어지기 때문이다. 즉 록에서 여성은 나머지로서가 아니라 또 하나의 성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이 소녀들 중의 하나가 되기 보다는 이 록스타들의 담론에 참여하고 그 음악을 사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지만 이 대답은 80년대 말에 일어난 라이엇 걸을 통해 90년대 들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지만…

얼터너티브의 수혜자들 그리고 변방의 여성들 1990년대
90년대 너바나의 열풍이후 얼터너티브가 ‘록의 죽음’이라는 말을 비웃으며 록 세계를 장악한 이후로 록 무대에서 여성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게 되었다. 펑크와 얼터너티브 밴드에서 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이제 일상이고, 남성밴드에서 기타와 베이스를 연주하는 모습도 굳이 애써 찾지 않아도 눈에 뜨인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 록과 록의 외부를 넘나드는 경계에 서서 야심찬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는 일군의 여성 뮤지션들이 있다. 90년대 여성 록이 뻗고 있는 다양한 가지들은 그러나 록음악 속에서 여성으로서 뛰어넘어야 할 것을 깨기 위한 방편이고 시도라는 점에서는 하나로 통하고 있다. 이는 성적비율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록의 섹슈얼리티의 관습에서 볼 때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다. 얼터너티브 혹은 그런지의 전략이 메틀 밴드들의 안일한 메인스트림에 대한 편승과 뻔뻔스러운 속물 근성에 대항하고자 하는 것이었다면, 여성은 그런 전략을 구사하기에 딱 들어맞는다. 섹스의 기교와 동일시되는 이미지의 기교와 허세, 마초이즘을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삼는 주류 메틀은 여성이 록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과는 정반대일 수밖에 없다. 대신에 그런지 세대의 음악은 어떤 의미에서는 ‘여성적’이다. 홀의 커트니 러브가 이어가고 있는 그런지 세대 에토스는 개인적 상처와 절망에 굴복하지 않고, 무례함과 공격성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록에서 난공불락 혹은 절반의 성공일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였던 ‘남성성’과 ‘여성성’ 사이에는 넘나들 여지가 생기게 된다. 그런지의 시끄럽고 지저분한 스타일이나 공격적이고 단순한 펑크 록은 남성과 여성이 공존할 수 있는 부분이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라면 공격적이면서도 상처받기 쉬운 양면성을 지닌 ‘여성 록’으로서 커트니 러브의 음악과 섹슈얼리티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지 세대의 여성록이 반드시 남성적이 되지 않으면서도 공격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록 자체를 무기로 삼았다면, 다른 일군의 여성뮤지션들은 록 자체를 ‘헤체’하면서 여성 록을 전혀 다른 기반위에 건설하고 있다. 록과 록이 아닌 것을 뒤섞어버린 뷰욕이나 지금까지 록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운드를 록 내부로 끌어온 토리 에이모스들이 그렇다. 이들은 밴드가 아닌 개인이며 아름다운 목소리도 없으며, 록의 중심지가 아닌 변방 출신이며, 록 사운드의 지표가 되어왔던 기타 사운드를 배제하려 한다. 기타가 록에서 남성쇼비지니즘의 상징적 도구라면이 변방의 여성들이 기타를 거부한다는 것은 나름대로의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90년대 말 릴리스 페어의 후예들
점차로 밴드 음악을 통한 여성 록은 절반의 성공을 넘어 남성 중심의 록 속에서 자리 잡고 있는 반면 새롭게 떠오르는 여성 뮤지션들은 솔로로서 그야말로 여성성을 살리며 록을 끌어들이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릴리스 페어의 참가 가수들을 훑어보는 것이 90년 말 여성 록의 지형을 보여줄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보고 위대한 백인여성 블루스 록 보컬이라고 한다. 록 음악 안에서 가장 당당했던 최초의 여성이기도 하지만 남성들이 전부인 록음악 안에서 그녀는 무척이나 외로웠을 것이다. 많은 남성들이 여러 여성을 거느리는 것처럼 제니스도 많은 남성들을 두루 섭렵했는데 이로 인해 사람들은 그녀에게 남성 향락주의자라는 고결치 못한 꼬리를 달아버린 것 같다. 참 엿 같은 일이다. 그녀는 블루스를 토대로 내적 고통과 갈등을 승화시키는 고상한 방식보다는 소리지르면서 온몸으로 폭발시키는 것을 택했다. 목에 모래가 걸린 듯 갈라진 그녀의 목소리는 아름다움과는 이미 안녕을 하고 강력하고 거칠은 질감을 택했다. 그녀는 넘치는 고통을 그대로 드러냈으며, 거친 여성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고통을 블루스로 폭발시켰던 제니스 조플린은 자의건 타의건 오지게도 강한 여성이라는 스테레오 타입으로 포장되었지만, 그것은 막 폭발하려고 하는 화학물질처럼 불안한 것이었으며 결국은 자기파괴를 내장한 회로일 뿐이었다. 제니스에게 남자 같은 여자의 역할은 살아 남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을 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그레이스 슬릭과 함께 최초의 여성 록 스타로 라이벌을 이루며 행한 활동들은 이후 많은 여성 로커의 진출을 예고하기에는 충분했다. 빅 브라더 앤 홀딩 컴퍼니, 코즈믹 블루스 밴드, 풀 틸트 부기 밴드 등을 이끌며 67년 여름부터 70년 가을에 이르는 극히 짧은 기간에 모든 재능을 불태웠던 제니스는 27세의 나이에 호텔의 침대에서 손에 4달러 50센트, 곁에는 말보로 담배 한갑을 남긴채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그녀의 사후에도 여러 편집 앨범, 영화, 전기 등이 만들어져 그녀에 대한 기억을 종용했으며 페기 케서타의『Going Down With Janis』와 그녀의 친구가 쓴『Buried Alive』는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79년에는 제니스의 인생을 다룬 영화 ‘The Rose’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무수하게 많은 샌프란시스코의 싸이키델릭록 혹은 애시드록(Acid Rock)밴드 중 헤인트 애시베리 지역에서 사랑의 여름을 주도한 밴드는 당연 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이었다. 그룹의 실세는 마티 볼란이었지만 라이브의 주도는 이전 그레이트 소사이어티(Great Society)에서 활동하던 빼어난 미모의 여걸 그레이스 슬릭이었다. ‘기존 가치들의 총체적 전환’을 요구하며 이 미모의 여인은 ‘사랑’을 제일의 가치로 내세우며 무대에서 토플리스를 보이며 자유로운 사랑과 ‘섹스’를 노래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오직 나 자신일 뿐입니다.” 라는 나이들어서의 회고와 함께.

‘펑크의 시인’ ‘얼터너티브의 어머니’ ‘펑크의 여왕’이라는 영예로운 칭호를 가지고 있는 패티는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없이 마치 남자처럼 행동하던 여성성을 거부하던 여성이었다. 환각적 초현실주의에서 영향을 받은 그녀의 시작(詩作) 활동은 그녀의 음악 속에서 커다란 비중으로 자리잡고 있다. 75년 뉴욕 언더그라운드의 일원으로 시를 쓰던 패티의 등장은 이제까지의 여성을 배반하는 전례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창백하고 삐쩍마른 얼굴에 남자처럼 기른 머리, 흰셔츠에 대충 맨 타이, 오만하고 비타협적으로 바라보는 검은 눈, 소년과도 같은 그녀의 양성적 이미지는 새로운 여성 반란자로 부족함이 없었다. 아니 그녀는 차라리 남성이고자 했다. 그녀의 공연에서는 남성적인 에너지가 넘쳤고 또한 록의 주술사이기도 했다. 패티는 남성 록에 대한 태도를 음악을 통해 분명히 드러냈는데 이는 제니스 조플린의 수동적인 방식과 분명히 달랐다. 원래 남성적 욕망을 표현하는 곡이었던 밴 모리슨(Van Morrison)의 뎀(Them)의 <Gloria>를 리메이크 했고, 이 곡은 레즈비언들의 송가처럼 되었다. 언어가 주체를 구성한다면 패티의 언어 자체를 해체하는 듯한 시적인 중얼거림은 록에서의 여성 주체

화로 향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어쨌거나 패티가 남성을 이용한 표현에 머무르긴 했지만 록의 영역에서 여성적 욕망이 정체를 드러내게 된 시작이라고 보는 데 대해 시비 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패티 스미스는 남성적 시선의 대상이 되지 않으면서도 여성적일 수 있다는 단초를 보여주는 모호하면서도 복잡한 전략으로 90년대 본격적인 여성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블론디(Blondie)라는 밴드를 거론할 때 항상 얘기되는 것이 밴드의 보컬을 맡았던 데보라 해리다. 보컬로서의 역량외에 80년대의 섹스 심벌이었던 데보라는 자신의 요염한 외모와 카리스마적인 강렬한 스테이지 매너로 화제의 초점이 됐다.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그녀는 닥치는대로 일을 하며 성공의 기회를 찾았는데 미용사의 모델, 웨이트리스 등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던 그녀는 결국 자신만의 섹시함을 무기로 플레이보이 클럽의 바니걸로도 일을 했다. 이 바니걸 경력은 블론디 생활을 하면서도 늘 따라 다니는 꼬리표이기도 하다. 어쨌든 자신의 화려한 블론드록계의 마릴린 먼로라고 할 정도로 강렬한 섹스 심볼의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덕분에 데뷔를 하면서부터 80년대의 섹스 심볼이라는 간판 아래서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가 될 수 있었다. 겨우 157cm의 작은 키에 대단한 미모도 아니었지만 무대에서 뿜어내는 그녀의 강렬한 매력과 끼는 모든 것을 뒤집어 그녀를 최고의 섹시 스타로 그리고 블론디를 당대 스타 밴드로 이끌었다. 다음은 어느 외지의 좀 과한 듯한 기사이다. “마돈나, 노다웃의 그웬 스테파니, 가비지의 셜리 맨슨 혹은 스파이스 걸스가 있기 전에 화려하고 근사한 블론디의 데비 해리가 있었다. 데비는 여성들에게 최초로 문을 열게 해 준 사람들 중 하나인 것이다.

1980초에 결성되어 말에 해체된

뱅글스는 LA페이슬리(Paisley) 언더그라운드 씬으로부터 탄생했다. 당시에 흔치 않게 여성 4인으로 구성된 이들은 멋드러지면서도 무게감 있는 사운드로 80년대 팝 차트에서 성별을 불문하고 솟아올랐던 밴드 중 하나이다.

음악 산업계에 존재하는 여성 록 그룹에 대한 편견에 맞대항 하며 고고스는 많은 히트를 거둔 것은 물론 여느 유명 남성 아티스트 못지 않은 파워와 흥겨움 담긴 록큰롤을 여성 록 그룹도 들려 줄 수 있음을 입증했다. 결국은 멤버간의 불화와 벨린다 칼라일의 솔로 활동에의 유혹으로 1985년 해체를 했지만. “우리가 여자라서 제대로 연주할 수 없을 거라고 보는 시각들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밴드를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다른 밴드들 역시 아주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지는 못했거든요. 중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느냐 하는 거지요.”

크리시 하인드는 80년대의 가장 익사이팅한 여성 보컬리스트이자 작곡자로 밴드의 중심 인물이었다. 삐딱함이라는 무기와 몸에 밴 펑크 끼로 야수성이 배어나는 지극히 펑크적인 면모를 보이며 프리텐더스(The Pretenders)를 80년대 초중반까지 영국 펑크-뉴웨이브 씬의 돌출된 밴드로 만드는 강력한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었던 여성 라커다. 두 딸의 어머니로서 7년만에 밴드로 되돌아와 90년대 주춤했던 밴드를 다시 가동시키는 저력은 한 마디로 ‘Forever Young’이라고…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자신이 갖고 있는 단점을 강점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스스로 채찍질 해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마치 작은 턱을 가지고 있는 여성싱어가 커다랗고 모진 턱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듯이 당신이 갖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지 말고 잊어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이 최고가 됐을 때는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당신한테 부자연스러운 일들은 잊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70년대에 제임스 브라운의 커버 밴드이자 자신의 이름과 동명밴

드 패티 스마이스라는 트리오를 조직하여 클럽 무대를 누비던 패티는 80년대초 록 밴드 스캔들(Scandal)을 이끌며 천부적인 여성 라커의 지위를 얻었다. 15세때부터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 거침없는 가창력과 음악적 재능에 더하여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패티를 내세운 남녀 혼성밴드 스캔들은 M-TV의 시각적인 지원과 함께 단숨에 화제의 밴드가 될 수 있었지만, 결국 스캔들은 결성 2년만인 84년 말에 그룹명처럼 무수한 스캔들을 뿌리며 해체해버렸다.

케렝 지로부터 ‘이처럼 암팡진 여성 밴드는 일찍이 없었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여성 그룹으로 무리 없는 헤비메탈 사운드를 들려준 적갈색 암여우 빅슨은 81년 LA에서 두 미녀의 만남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대개의 여성 밴드가 훌륭한 뮤지션이 되기 보다 외모에 치중한 천박함을 팔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 부정적인 단면을 타파하겠다는 신념으로 록음악을 연주했다. 그러나 이들의 운은 이들이 여성이라는 데서 따랐다. 빅슨의 셀프 타이틀 데뷔작에 참여한 록계의 거물 프로듀서 데이비드 콜과 같은 레코드사 소속의 리처드 막스는 모두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한 밴드가 그들의 음악적 능력에 의해 평가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빅슨을 지원한 것이다. 이 앨범으로 영국의 록 매거진 케랭의 독자투표에서 최우수 신인밴드 톱10, 최고 여성 기타리스트, 최고의 여성 싱어, 섹시한 여성 톱10을 모두 차지했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팬텀 블루에 비할 때 특출한 음악을 들려주지는 않았지만 80년대에 존재했던 많은 여성 밴드 중 가장 주목할만한 여성 밴드 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이들 네 명의 여성은 대단히 아름다웠다!

시애틀의 중년 여왕. 바로 70년대 중반부터 아미(Army)와 화이트 하트(White Heart)로 활동을 시작한 미모와 야망을 겸비한, 그야말로 우아함과 록의 정열을 고루 갖춘 록밴드가 바로 하트다. 앤과 낸시 윌슨 자매가 만들어내는 순수한 듯한 요염함은 록 속에 실려 귀족적인 느낌까지도 전해준다. 마치 아름다우면서도 기개를 지닌 옛 여인들의 이미지처럼 말이다. 90년대까지 활동을 계속하며 밴드의 출발점인 70년대의 느낌을 버리지 않고 고스란히 90년대

식 감성 속에 묻혀내며 음반을 발표하는 그들에게서는 강하고 거칠고 막가파 록들이 많은 시대에 연륜과 동시에 청초함까지 느끼게 한다.

많은 여성 라커들이 그렇듯 레즈비언이며 그것을 당당히 발표한 멜리사는 미국의 록계에 있어서 여성 라커의 입지를 높이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여성이다. 그녀가 한창 매스컴에 오르고 인기를 얻었던 때가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라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이는 더욱 명확하다. 당시의 여성 록은 처참할 정도로 무너져 있었고 심지어 그래미에서 여성 록(Female Rocker)부문이 폐지되었을 정도니 말이다. 이런 와중에 자신만의 음악을 들고 많은 공연을 하며 여성 록의 부흥을 외친 가수가 있었으니, 그 이름 바로 멜리사 에떠리지. 하지만 90년대 중반에 들며 그녀의 인기가 수그러짐에 따라 셰릴 크로우, 앨러니스 등이 득세하며 그래미 여성 록 부문이 다시 생겨났을 때 그녀의 이름은 이미 기억 속에서 지워졌다는…현재 록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파워를 가진 여성 록 뮤지션들에게 바탕을 유지시키며 일구어준, 그래서 현재 여성 록의 입지를 다지는데 밑거름이 된-아쉽기는 하지만-멜리사는 그대로 묻어두기에는 너무나 아쉬운감이 많이 남는 여성이다.

가수이자 기타리스트이며 블랙 하츠(The Black Hearts)의 리더였던 조안은 열 다섯이란 나이에 롤링스톤지부터 각종 일간지, 잡지에 이르기까지 주요 언론 기사들의 초점이 됐던 여성 록밴드 러너웨이즈(Runaways)에서 중추 역할을 수행했다. 그녀는 한때 그녀를 음악계에서 멀어지게 했던 알코올 중독과 반사회적인 행동으로도 이름을 날렸는데 블론디의 멤버와 얘기를 나누고 있던 그녀에게 ABC 방송국의 카메라맨이 말을 걸자 카메라에게 삿대질을 하며 ‘ABC따윈 꺼져 버려’라고 소리를 질러대 화가 난 방송국 사람들이 조안이 나온 부분을 몽땅 잘라버린 일도 있다.

어느날 우연히 파티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었고 그 사람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고무되어 가수의 길로 들어선 나탈리는 절제된 보컬의 미학을 들려주며 10000 매니악스 (10000 Manics)의 구심점으로 활동했다. 서른살이 되면 그룹을 떠나겠다던 얘기대로 1993년 그룹 생활을 마감했다. 10000 매니악스 이전 공연을 보던 관객이 내뱉은 마치 만 명의 미치광이 같다는 얘기에 혹해 밴드의 이름을 지었다는-믿거나 말거나-얘기가 있을 정도의 나탈리는 이후 솔로로 전향해 새라 맥러클랜, 폴라콜과 더욱 친해진 듯한 자신의 음반에서 절제된 보컬의 미학을 들려주고 있다.

커트니 러브, 캐서린 비에란드(Katherine Bjelland), 제니퍼 핀치(Jennifer Finch)가 함께 했던 밴드로 후에 ‘소녀들의 반란(Riot Grrrr l)’이라고 불리게 될 ‘폭스코어 무브먼트(Foxcore Movement)’라는 여성 록의 움직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밴드이다. 왜냐! 이 세 명의 여자들이 오래지 않아 소멸된 이 운동보다 오래 살아남은 세 밴드 홀, 베이브스 인 토이랜드, L7을 각각 이끌게 되었기 때문이다.

90년대 초반, 라이엇 걸의 중심세력으로 등장한 올림피아, 워싱톤 출신의 이들은 남성들이 지배하는 인디록 씬에 열정적인 페미니즘의 이상을 품고 노골적인 펑크의 파워를 내세우며 쳐들어왔다. 맹렬하고 논쟁적인 이들의 음악은 여성록계에 막강한 파워를 불어넣으며 새로운 세대를 선동했으며, 이건 마치 향후 십년 간 펼쳐질 여성 아티스트들의 눈부신 활약에 대한 일종의 전조와도 같

은 것이었다. 비키니 킬은 선동적인 라이브 퍼포먼스를 통한, 다소 공격적인 정치성을 표방해왔다. 슬램 댄서들로 둘러싸인 스테이지는 여성들도 군중의 앞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때때로 여성 청중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성폭력이나 여성차별에 대해 공개토론을 벌일 수 있도록 북돋아 주기도 했다.

『The Beauty Process : Triple Platinum』이라는 타이틀의 앨범이 있지만 라이엇 걸(Riot Grrrr l) 무브먼트의 중심부에서 기존의 남성중심 세계관에 대항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L7의 경우라면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감 잡을 것이다. 과연 아름다움이 트리플 플래티넘으로 가는 지름길인가? 영화 ‘Natural Born Killers’의 시작 장면은 가관이다. 여주인공이 찝쩍대는 남자들을 두들겨 패는 이 대목 흘러나오는 노래가 바로 L7의 <Shitlist>다. 이것이 가감없는 L7의 이미지다. 이들은 이름 값하는 온리 여성 밴드들 중에서도 가장 살벌하고 와일드하며 제멋대로이고 무서울 것 없는 밴드다. 90년대의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제창하며 릴리스(Lilith)의 후손들이 점차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지만, 90년대 전반부까지만 해도 록계의 분위기는 여성 커트 코베인을 선호하고 있었다. 등장부터 남성 못지 않은 강인함으로 강력한 음악을 들고 나온 이들에게는 시작부터 여성성이란 없었다. 이들이 90년대를 맹렬한 기세로 불태웠던 라이엇 걸 무브먼트의 선봉에 설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과격한 자세 덕분이다. 여기에 동참했던 90년대의 대표 선수들 중에 홀의 커트니 러브와 캣 비옐런드(Kat Bjelland)를 빼놓을 수 없는데, 이 둘 모두 L7의 제니퍼 핀치(Jenifer Finch)와 함께 슈거 베이비 돌(Sugar Baby Doll)에서 함께 활동 했던 멤버였다면 ‘대충 감 잡았을’ 것이다.

1987년 결성되어 ‘라이엇 걸’에서 홀, L7과 함께 한 역할 단단히 했던 이들은 여성록 씬에서도 특히 난장분위기에 일조한 용감무쌍한 여인들이다. 라이엇 걸 이후에도 굳건히 살아남아 이제 명실공히 그런지의 대모라고도 한켠에서는 칭해지고 있다.

밴드 홀(Hole)은 사실 음악적으로 성공을 거두기 이전에도 커트니 러브 개인 때문에 유명해 져 있었지만 홀의 음악생활 전반에 걸쳐 커트니의 악명 높은 대중적 이미지는 밴드의 음악 생활에 있어 먹구름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커트니 러브는 애초에 음악을 제외한 다른 모든것들로 인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천박하게 꾸미고 아무에게나 ‘Fuck You’를 하는 커트니는 주로 커트를 꼬신 그루피 혹은 창녀, 어머니로서 부적격자, 마약중독자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러브 미셸 해리슨(Love Michelle Harrison)으로 태어난 그녀는 러브라는 이름이 보여주듯 플라워 무브먼트의 한복판에서 태어난 히피의 딸이었고 베이브스 인 토이랜드와 페이스 노 모어 등을 지나 여성밴드 슈거 바빌론(Sugar Babylon)을 결성하기도 했다. “록을 파괴 해 버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한 커트니는 순진한 소녀의 창녀의 이중 이미지를 띠고 있다. 손질하지 않은 듯한 탈색된 금발머리와 빤히 쳐다보는 순진한 시선과 창녀처럼 천박한 화장과 속옷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노골적인 성적표현도 꺼리지않는 커트니는 과장과 극단, 위악을 통해 자기 표현을 하는 여성이다. 그녀는 록안의 성적 소수가 언제나 우는 소리로 노래하거나 예쁘게 차려입고 나와 춤을 추

지 않고서도 고통을 분노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남성 록을 파괴하겠다”는 그녀의 얘기는 적어도 사람들이 커트니가 마쵸적 헤비메틀식의 남성 록을 때려부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데 동감한다면 완전히 허풍만은 아닐 것이다.

90년대 중반, 펑크의 회귀와 때를 같이하여, 한층 상업적인 면모를 갖춘 뉴웨이브 밴드들이 속속들이 부활했다. 이때 노 다우트의 보컬 그웬 스테파니의 강력한 페르소나는 이 밴드를 파워 있는 뉴웨이브, 스카 밴드로서의 영역을 확보하게 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한다. 팝 음악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고 있는 그웬은 라이브에서 <I’m Just A Girl>을 부르며 부드럽고 고분고분한 여성을 숭배하는 남성들에게 가차없이 ‘Fuck You’를 내지르며 터프걸들의 양상을 새롭게 전환시키는 주요 인물이 되었다.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는 주술적인 목소리의 로큰롤 샤먼 폴리 진 하비에게 따라붙는 단어는 바로 ‘마녀’다. 가죽 바지에 새빨간 립스틱과 짙은 마스카라로 눈이 움푹 패인 요부의 이미지에 금방이라도 상대를 집어삼킬 것 같은 입과 치켜 뜬 두 눈. 수동적인 듯하지만 듣는 이를 위압하는 주술적 보컬. 피제이 하비는 나른하면서도 음습한 성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신비스러운 면을 보여준다. 마을에서 유일한 여자 아이로 자라난 그녀는 자연스럽게 남자가 되고 싶어했고 그녀에게 여자아이가 되는 경험은 오히려 낯설게 다가왔을 것이다. 초기 그녀는 가사를 통해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항의 했고 남성화로의 욕구를 보였다. 그러나 현재 그녀는 록 안의 강한 여성으로서 남자에 대항해서 노래부르는 몇 안 되는 여성로커로서 얘기되고 있다. 그러나 본인은 스스로 페미니스트임을 부정하며 그녀의 노래들도 또한 명백함보다는 양쪽을 오가는 모호함으로 휩싸여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래가 모호함 속에서도 여성으로서의 경험할 수 있는 경험들, 힘을 과시하고 있다. 그녀는 남성적 음악을 한번 비틀고 나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해 다시 한번 비튼다. 신비로운 섹시함까지 가지고 있는 피제이 하비는 나지막하게 여성의 힘을 과시하지만 그녀

의 이러한 방법은 오히려 커트니보다도 공격적이고 위험해보인다. 그녀의 위협은 남성 록의 마쵸적인 허세를 뛰어넘은 지능에 기반하고 있다.

뷰욕은 피제이 하비의 곁길을 가고 있는 듯 하지만 그녀보다 더한 모호함을 음악 속에 가지고 있다. 신서사이저를 통해 음악을 하는 뷰욕은 록큰롤의 전통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사실 가늠하기 어렵다. 뷰욕은 예쁘지는 않지만 북구적 억양이 끊어질 듯 이어지는 독특한 목소리를 가졌다. 여성으로서 그는 특별한 전략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그저 자신의 현실과 환상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뿐이다. 그가 만약 트렌트 레즈너(나인 인치 네일스)의 음악적 동맹군이 될 수 있다면, 록을 기타중심에서 탈출하게 하려는 프로젝트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사라는 캐나다 밴쿠버 출신의 30대 난 싱어 송 라이터로 릴리스 페어를 구상하고 실행에 옮긴 장본인이다. 10대 때는 옥토버 게임이라는 아마추어 뉴 웨이브 밴드에서 프론트맨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4년동안 준비해 온 릴리스 페어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 여성 뮤지션들의 위치를 굳히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미 잘 알려진 스타들만이 아니라 신인들에게도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이익금을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등 릴리스 페어를 단순한 유흥을 넘어서는 여성들의 유대의 장으로 만든 남다른 운영철학도 칭찬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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